박용성 대한상의회장·강철규 공정위장, 조찬간담회서 舌戰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20분


박 용 성상위회장
박 용 성
상위회장
직설적인 화법으로 ‘재계의 입’ 역할을 해온 박용성(朴容晟·63·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상의회장의 입이 다시 열린 것일까. 두산중공업 노사문제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변칙인수 건으로 연초부터 입조심을 해오던 박 회장이 18일 대한상의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오랜만에 말문을 열었다.

연사로 초청된 강철규(姜哲圭·58) 공정거래위원장의 강연이 끝난 후 질문이 뜸하자 박 회장은 “시간이 남아 제가 질문을 하겠다”고 말했다. “노사문제 등을 이유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이 많다. 기업 입장에선 이것도 불공정 행위라고 보는데 공정위의 시각은 어떤가.”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다. 불공정행위 여부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며 살짝 비켜갔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이 “잘도 피해 가신다”고 응수해 좌중엔 폭소가 터졌다.

강 철 규
공정위장

그러나 다른 문제에서는 강 위원장도 단호했다.

박 회장이 “자본금 100억원짜리 회사가 100억원짜리 부동산을 사면 괜찮지만 새로운 회사에 30억원을 출자하면 규제로 묶인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할 의향이 없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대기업집단이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산을 만들면서 몸집을 불리는 게 문제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이를 규제할 최소한의 제도로 이것(순환출자)이 해소될 때까지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회장은 또 SK그룹에 대한 인수합병(M&A) 논란을 예로 들면서 “금융계열사 보유주식의 의결권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강 위원장은 더 강경한 태도였다. “오히려 기업들이 금융계열사를 계열사 지배확장 수단으로 악용하는 게 문제다. 오히려 강화할지 여부를 태스크포스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대기업집단의 지배주주, 친인척 지분 등 소유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요 정보공개 확대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활성화 △독과점적 기업 결합에 대한 심사 강화 등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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