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환경정비법 7월실시…사업승인 '막차' 탄 아파트 초강세

7월부터 시행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영향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의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있다.

새 법의 적용을 받기 전에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거나 사업승인을 받는 등 재건축사업의 ‘막차’를 탄 아파트값은 초강세. 하지만 안전진단 요청이 반려되는 등 사업추진이 늦춰지는 아파트는 울상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법이 시행되는 7월 1일 전까지 이 같은 차별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희비가 엇갈린다〓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공 1단지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가장 대조적인 사례. 고덕주공 1단지는 4일 오후 안전진단을 통과했으나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31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안전진단 요청이 반려됐다.

고덕주공 1단지 아파트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 7일까지 모든 평형이 4000만∼5000만원 올랐다. 15평형 매물이 4억5000만원으로 평당 호가가 3000만원에 이른다.

인근 삼성공인중개사무소 이영분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고덕주공 2단지 아파트값도 1단지의 영향으로 2000만원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반면 은마아파트 시세는 주춤하다. 지난달 17일 강남구가 정밀 안전진단을 위한 ‘육안(肉眼)검사’를 하면서 31평형과 34평형의 최고 매매가가 각각 5억원, 6억원을 돌파했으나 이달 들어 거래가 뚝 끊겼다. 정밀 안전진단 요청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000만원만 내려도 사겠다는 사람은 있으나 구청 발표에 격분한 입주자들이 값을 내리지 않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왜 이러나〓7월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면 재건축사업 절차가 대폭 까다로워지기 때문. 또 서울시는 새 법의 시행에 맞춰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을 20년에서 20∼40년으로 차등화한다는 계획이다.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조합은 새 법의 적용을 받기 전에 사업승인을 받기 위해 사업추진을 서둘렀다. 지난해 하반기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탈락했던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 강남구에 안전진단을 재신청했으나 다시 ‘불가(不可)’ 판정을 받았다.

고덕주공 1단지 등 사업추진이 순조로운 아파트는 ‘은마아파트 파동’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흥은행 프라이빗뱅킹 이남수 차장은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재건축 아파트가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값에 일종의 ‘희소성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수혜주’〓시장 변화에 민감한 서울 강남권의 잠실, 반포, 청담·도곡지구 등 저밀도지구 아파트가 주목 대상이다.

또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와 경기 과천지역 아파트 등 택지개발지구에 조성된 아파트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안전진단 심사가 대폭 강화된 이후 고덕주공 1단지가 택지지구 아파트 중 안전진단을 통과한 첫 사례다.

그러나 성급한 투자는 금물. 이라크전쟁과 북핵 위기 등 시장 악재가 많은 데다가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이미 급등했기 때문이다.

곽창석 닥터아파트 이사는 “안전진단 통과는 분명히 가격 상승의 요건이 되지만 이것만으로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다”며 “실제 매매가보다는 호가 위주로 오를 때가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