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국내업계 '비상경영' 착수

  • 입력 2003년 3월 20일 18시 31분


미국-이라크전이 발발한 20일 현대상선 상황실 직원들이 걸프지역 해도를 놓고 운항 중인 선박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미국-이라크전이 발발한 20일 현대상선 상황실 직원들이 걸프지역 해도를 놓고 운항 중인 선박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국내 기업들은 20일 이라크전이 발발함에 따라 곧바로 ‘전시(戰時)경영 체제’로 들어갔다. 이라크와 전쟁 인접지역의 주재원 및 가족들 대부분은 이미 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안전지역으로 대피한 상태. 산업계는 미리 짜둔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에 따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비상경영에 착수했다.

▽바짝 긴장하는 업계〓유가변동에 민감한 항공사들은 개전 직후 유가와 환율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자 안도하는 분위기.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즉각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전시상황을 24시간 체크하면서 취항 전 지역의 보안 강화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테러위협 등으로 여객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미주노선 운항을 최근 주 29회로 줄였고 동남아 등 다른 노선에서도 줄일 것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주 2회 운항 중인 인천-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이집트 카이로 노선도 중동지역 교민의 대피가 마무리되면 중단할 계획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국적 외항선사들도 중동지역 운항선박과 24시간 통신망을 가동하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걸프해역 등 중동지역에는 SK해운 소속 원유선 등 6척이 운항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출기업과 무역단체들은 이날 전쟁 발발 직후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선적 보류와 수출주문 중단 여부 등 긴급점검에 나섰다.

무역협회 비상대책반에 따르면 현재까지 12건의 중동지역 수출 차질 사례가 보고됐으며 피해액수는 1090만달러에 이른다.

쿠웨이트에 완구를 수출하고 있는 H토이는 6만달러 선적분이 보류됐으며 두바이 지역 바이어와 90만달러 직물수출 계약을 추진하던 S텍스타일은 상담이 중단됐다. 이란과 쿠웨이트에 500만달러 규모의 발전설비를 공급할 계획이던 H엔지니어링은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지역에 진출한 건설업체들은 비상체제를 한 단계 격상하고 직원 및 가족의 안전과 현장관리에 힘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쿠웨이트 건설현장에 남아 있던 직원 275명을 사우디아라비아로 철수시키고 있다. 역시 쿠웨이트에 건설현장이 있는 대림건설도 6명의 현장관리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인접지역으로 대피시켰다.

SK㈜ 등 정유업체는 주요 석유거래소의 주재원과 본사에 비상대책반을 가동, 24시간 유가 움직임을 체크하면서 원유수급 악화에 대비해 석유제품 수출입 선물헤지(위험분산) 등 단계별 시나리오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전자업계도 두바이에 대책반을 구성하고 주재원들의 안전관리와 물류 루트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비상경영체제 돌입〓주요 그룹들은 전쟁 발발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주요 투자 및 경영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당분간 현금 확보 및 투자집행을 보류하는 보수적인 경영체제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분위기다. 또 전황은 물론 외환 원유 등의 주요 경제변수 동향을 점검하고 판매 물류 거래기업 등 주요 경영상황도 챙기고 있다.

삼성그룹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한 물류통로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동지역 수출물량을 줄이는 대신 북미와 유럽지역 수출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비상대책반을 가동한 포스코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상승 및 환율급등에 대비, 원자재 수급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전 장기화시 산업별 영향
산업영향
정도
요인
자동차매우
큰 타격
-높은 대미 수출비중
-유가상승에 따른 내수 침체
정보
통신
매우
큰 타격
-높은 대미 의존도
-국내외 수요 둔화
반도체매우
큰 타격
-세계경기침체로 수출타격
-전세계 불안심리 가중으로 기업 IT 투자 침체
조선타격-세계 경기침체로 신규 발주물량 축소
철강큰 타격-국내외 수요 위축
석유
화학
큰 타격-고유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세계 수요 침체
건설큰 타격-중동지역 진출 봉쇄
-신규수요 감소
자료:대한상의·현대경제연구원

유가상승에 따른 업종별 제조원가 상승률 (단위:%)
연평균 유가
30달러
연평균 유가
40달러
섬유1.34.0
정유6.4 19.2
석유화학5.7 16.9
철강0.30.8
기계0.10.4
전기·전자0.20.5
자동차 0.10.3
조선0.10.4
*상승전 기준 유가는 배럴당 평균 26달러.
자료:대한상의·현대경제연구원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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