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회장 경영권 유지될까…사재출연으로 지위 흔들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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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지배구도에 큰 회오리가 몰아치게 됐다. 배임혐의 등으로 구속된 최태원(崔泰源·43) SK㈜ 회장이 11일 “사재(私財)를 출연하고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심경을 밝힘에 따라 재계 3위 그룹의 경영권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 회장의 ‘공백’까지 전망되는 가운데 ‘포스트 최태원’ 체제도 분명치 않아 SK의 경영권 향배는 비상한 관심을 모으게 됐다.

최 회장이 앞으로 얼마나, 어떤 식으로 사재출연을 할지는 미지수. 다만 사재출연 대상은 대부분 계열사 지분이다. 최 회장은 계열사 주식 외에 별도의 재산이 거의 없다는 게 SK측의 주장이었다. 이렇게 되면 취약한 그의 지분구조상 대주주로서의 지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작년 말 기준으로 보유중인 상장 계열사 주식은 SK글로벌 3.31%(327만주)를 비롯해 SK㈜ 5.2%(660만주), SKC 7.5%(242만주), SK케미칼 6.84%(130만주) 등. 여기에 비상장사인 SK C&C 주식 44.5%(약 44만5000주)가 있다.

당장 11일에 최 회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SK㈜의 지분 5.2%의 거의 대부분을 포기했다. 작년에 문제가 됐던 워커힐호텔 주식과의 맞교환으로 추가 확보했던 SK㈜ 주식 640만 주를 원상태로 복귀시키기로 한 것이다. SK㈜는 SK텔레콤 SK증권 등 계열사에 대한 보유지분을 통해 최 회장의 계열사 지배 ‘연결고리’ 역할을 해온 회사란 점에서 최 회장으로선 상당한 타격이다.

60개 가까운 계열사들이 있지만 최 회장이 갖고 있는 건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 이다. 최 회장이 비상장사인 SK C&C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을 취한 것도 취약한 지분구조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은 ‘경영권 약화 이상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앞으로 재판 결과를 봐야겠지만 SK글로벌 분식회계에 대한 벌금을 물고 손해배상까지 할 경우 막대한 금전적 부담을 안게 된다.

최 회장의 지배권이 약화될 경우 그 이후의 경영구도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선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뚜렷한 ‘제2의 대주주’ 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경영에 나서고 있는 최 회장 일가는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崔再源·40) SK텔레콤 부사장, 사촌동생인 최창원(崔昌源·39) SK글로벌 부사장 정도. 그러나 최창원씨가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는 SK글로벌의 지분을 0.1%밖에 소유하지 못하는 등 이들이 가진 계열사 지분은 미미하다.

따라서 이는 ‘뚜렷한 대주주의 부재’ 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 SK그룹의 경영구도는 ‘불투명한 상황’이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SK계열사 주가 일제히 하락 ▼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수사 발표로 SK 계열사 주가가 한꺼번에 주저앉았다.

1조원대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난 SK글로벌과 모기업인 ㈜SK의 주가는 하한가로 떨어져 각각 5220원과 9300원에 마감했다.

SK텔레콤은 15만원대가 무너지며 14만3000원(-12.27%)으로 주저앉았고 SKC도 하한가인 14.92%까지 떨어져 6560원으로 마쳤다. SK가스와 동신제약을 제외하고는 13개 관련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증시 전문가들은 SK 계열사 주가가 당분간 약세를 유지하면서 다른 대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다른 기업에까지 연쇄적으로 파장을 미치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며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리스크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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