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실질금리 '마이너스' 진입…1월금리 4.23%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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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예금을 맡겨 놓으면 이자는커녕 원금마저 줄어든다.’

은행들이 다투어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국민 하나 한미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실질 금리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진입했다. 예금금리보다 물가상승률 및 세금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잔액기준 예금 평균금리는 1월 중 4.23%로 작년 12월(4.29%)에 비해 0.06%포인트 떨어졌다.

예금평균금리의 실질금리는 이자소득세분(0.7%포인트)과 물가상승률 3.8%를 감안하면 -0.27%다. 고객들은 은행에 연간 0.27%의 보관료를 내고 돈을 맡기는 셈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이자생활자에게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에도 저축률 하락, 투자재원 부족, 경상수지 악화 등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시중에는 자금이 넘치고 금융회사들은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어 금리는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마이너스 금리는 더욱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경쟁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선 은행들〓은행들은 쌓아놓은 돈을 대출할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예금금리를 낮춰 수신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리인하를 주도한 곳은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 19일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기본고시금리를 4.1%에서 3.9%로 낮췄다.

국민은행은 전국에 1000여개 점포망이 깔려 있어 이용하기 편리하므로 고객들이 마이너스금리를 감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1월27일 특판정기예금 금리를 5.0%에서 4.8%로 내린 데 이어 2월5일 1년 만기 실세정기예금 금리를 4.5%에서 4.2%로 0.3%포인트나 내렸다.

또 26일부터는 일반정기예금의 고시예금금리를 4.0%에서 3.5%로 낮춘다. 고시예금은 고객이 정기적금을 비롯한 적립식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 전에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금리.

다른 은행들도 1, 2월에 집중적으로 정기예금 금리를 내렸다.

한편 신세계의 회사채가 사상 처음으로 4%대에 발행돼 앞으로 시중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면서 회사채 발행물량이 줄어들었고 시중자금도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어 회사채 발행금리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보다도 낮은 금리와 저축률 하락=한국의 예금금리 수준은 일본보다도 낮다. 1월 중 은행의 잔액기준 예금 평균금리는 4.23%.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분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0.27%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평균 예금금리가 0.03%에 불과하지만 물가상승률이 -0.6%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0.63%로 한국보다 0.9%포인트 높은 셈.

물론 미국 대만 등 주요국가들의 금리도 대부분 저금리다. 미국은 작년 10월 평균 예금금리가 1.34%로 물가상승률 2.3%를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1.04%다. 대만의 실질금리는 지난해 0.92%.

마이너스금리 때문에 미국의 저축률은 17%대에 그치고 있다. 한국도 총 저축률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총저축률은 지난해 3·4분기 26.2%로 전년 동기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3·4분기 저축률로는 82년(23.4%) 이후, 분기별로는 86년 1·4분기(25.5%) 이후 최저치다.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의 저축률은 27.6%, 38.7%로 우리보다 높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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