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부양위해" 자회사 배당률 높여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51분


코멘트
지주회사체제로 개편 중인 LG그룹 자회사들이 배당을 늘리고 있다. 자체 사업이 없는 모회사를 ‘부양’하기 위한 것이지만 소액주주의 배당수입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제일투자증권 기호진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의 사업구조로 볼 때 자회사들이 앞으로도 배당을 늘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회사 배당, 얼마나 늘었나〓지주회사로 편입된 사업연도부터 자회사들의 배당이 급증했다.

LGCI의 자회사인 LG화학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액면배당률을 2001년 15%에서 30%로 높였다. 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은 이익이 크게 늘어 전년보다 낮아졌지만 지주회사로 편입되기 전 옛 LG화학의 2000년 배당성향(24.3%)보다는 높다. LG홈쇼핑도 2001년 LGCI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액면배당률을 전년의 20%에서 50%로 크게 올렸고 작년에는 다시 60%로 잠정 결정했다.

대우증권 임진균 애널리스트는 “LG생활건강도 전년의 20%보다 많은 25% 정도를 배당할 것으로 본다”며 “성장성이 낮은 만큼 투자를 위해 자금을 쌓아두기보다는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출범한 LGEI의 자회사 LG전자도 액면배당률과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높은 20%와 30%로 잠정 결정했다.

▽투자포인트〓LG그룹의 지주회사는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자회사들의 배당이 가장 큰 수익원이다. 이 같은 구조는 지주회사로 개편 중인 동원그룹도 마찬가지. 한화증권 박희정 애널리스트는 “식품사업 부문을 맡은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순수 지주회사여서 자회사인 동원F&B가 배당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주회사 관련 종목을 투자할 때 따져봐야 할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배당을 통해 자회사의 가치가 지나치게 모회사로 옮겨지지 않는지 주목해야 한다. 동원투신운용 이채원 투자자문운용본부장은 “배당은 자회사의 내재가치를 떨어뜨린다”며 “배당을 통해 자회사의 가치가 대주주가 지분을 갖고 있는 모회사로 옮겨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배당성향은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30%를 ‘적정’, 50% 이상은 ‘문제’로 본다”며 “자기자본수익률(ROE)이 10%를 넘는 기업이라면 배당보다는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LG그룹의 지주회사 개편 전후의 배당(단위:%)
구분2000년2001년2002년(예정)
액면배당률배당성향액면배당률배당성향액면배당률배당성향
LG화학1524.31541.73031.9
LG생활건강--2032.025(추정)33.3
LG홈쇼핑2023.85041.260
LGCI--519.94
LG전자2028.81527.42030
LGEI 8
자료:신영증권, 제일투자증권, 대우증권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