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칼날'에 얼어붙은 재계…"새정부 재벌정책 원칙적수용"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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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단체가 증권 집단소송제 등 차기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을 원칙적으로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달까지 재벌개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던 경제계가 입장을 바꾼 것은 새 정부의 개혁 의지가 워낙 강경한데다 최근 국세청, 검찰 등이 ‘함포 지원 사격’을 퍼붓자 꼬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정부 정책에 저항하다 곤욕을 치른 사례는 숱하게 많다. 고(故) 최종현(崔鍾賢) SK 회장은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하면서 “정부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가 바로 다음날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당했다.

전경련 신종익(申鍾益) 규제조사본부장은 “경제계가 그동안 개혁의 원칙이나 방향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다”면서 “경영활동이나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보완책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권 집단소송제, 곧 구체화될 듯=증권 집단소송제가 가장 빨리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안과 의원입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데 경제단체들은 정부안을 보완해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李鉉析) 이사는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안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분식회계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이 입증돼 형사소추를 받은 상장사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 포괄주의에 대해서는 경제단체의 공식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대주주 및 개인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기업들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이 거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

경제계에서는 이 제도가 ‘조세 법률주의’라는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많으므로 국회 등을 거치며 상당 부분 수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인수위원회가 “예외 조항을 없애 강화하자”고 주장했던 제도. 전경련은 그동안 이 제도의 완전 폐지를 주장해왔으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작년에 개정했으므로 효과를 살펴본 뒤 조치하자”는 안에 동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해외 사례도 없기 때문에 정부나 재계나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아직은 협의 초기 단계=경제계는 새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근로자 복지와 관련해 주5일 근무제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지금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해도 큰 무리가 없지만 중소기업이 문제.

개별 사업장별로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준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노조의 입김에 밀려 사용자측에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경영자총협회 김정태 이사는 “주5일 근무제 문제는 경제단체 안에서도 이견이 많고 노사간에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앞으로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해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노조측의 양보를 얻어내기를 원하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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