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해외법인 '살빼기' 계속"…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18분


우리기업들은 해외 현지법인의 사업장 철수 또는 사업 축소 등의 해외 구조조정을 계속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100대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27일 발표한 ‘해외현지법인의 구조조정 현황 및 운영계획’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 10월 말까지 응답업체의 46%가 해외법인 구조조정을 했고 46.3%는 구조조정을 계속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지법인 철수를 고려하거나 사업분야를 축소하겠다는 업체는 26.8%, 생산성 향상 등 질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업체는 20.0%였다. 반면 충분한 구조조정을 완료했으며 조만간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기업은 14.6%에 그쳤다.

전경련은 “외환위기 이후 상당수 기업이 시장퇴출로 설문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구조조정은 훨씬 강도 높게 추진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에 실시된 해외법인 구조조정 유형은 사업장 철수(매각 또는 폐업)가 72.6%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자산 또는 지분 일부 매각과 주력사업부문 전환 등 사업부문 축소 및 전환은 23.3%였다.

이처럼 강도 높은 해외법인 구조조정은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가 수익성, 효율성 위주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 못지않게 해외법인의 존속 기반이 급격히 약화되는 악영향을 낳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 동기는 현지 임금상승과 내수시장 침체(23.9%), 모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악화(17.4%)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 경영전략으로는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36.5%)가 현지화 강화(16.5%)나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경쟁력 개선(16.0%)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북미와 유럽연합(EU)에서 품질경쟁력 강화 및 수출선 다변화 전략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중국은 가격경쟁력 확보와 현지화가 경영전략의 포인트로 압축됐다.

국내 기업의 최우선 진출 대상국으로는 중국이 전체의 41%를 차지해 부동의 1위를 지켰다. 반면 EU 지역은 새로 진출하겠다고 밝힌 업체가 1개에 그쳐 대조를 이뤘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해외 현지법인이 세계적인 경쟁 격화와 경기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지법인에 대한 지급보증 한도액 확대, 수출지원제도 개선, 현지국의 과다한 규제 해소를 위한 통상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정부에 호소했다.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 투자금액 추이 (설문응답 54개사 기준, 단위:억달러)
97년 말99년 말2001년 말2002년 10월 말
북미45679379
중국 외 아시아40416560
중국21194145
유럽연합(EU)지역16161816
자료:전경련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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