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002년 상황과 비교해보니]올 집값 폭락은 없다

  • 입력 2003년 1월 13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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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다. 작년과 다른 게 있다면 ‘얼마나 더 오를까’보다 ‘얼마나 떨어질까’가 초점이다. 최근 주택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집값이 5% 이상 떨어진다는 ‘과격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점치는 이들도 자신있어 하는 눈치는 아니다.

전국 주택가격 조사가 시작된 1980년대 초반 이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는 이유는 외환위기 때 부동산 시장이 급랭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올해 집값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대부분의 견해다. 그 근거를 1998년과 2002년 상황을 비교해 살펴본다.

▽거시경제 여건〓집값을 움직이는 변수 가운데 기본은 경제성장률.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 경제성장률은 -6.7%. 반면 지난해에는 5% 이상(추정) 성장했다.

올해도 마찬가지. 이라크 전쟁, 북한핵 문제 등 변수가 많고 소비가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하지만 수출과 투자 증가에 힘입어 5%선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개인가처분소득과 연결된다.

실업률도 당시와 비교하기는 무리다. 98년 1월 4.5%였던 실업률은 12월 7.9%까지 치솟았다. 작년 12월 실업률은 2.7%에 그쳤다.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의 중요 변수로 부각된 금리도 아직은 안정권에 있다. 98년 2월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23.4%. 하지만 작년 말에는 5.88%였다.

김선덕(金善德)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저금리가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이어져 결국에는 집값을 떨어뜨릴 불안 요소로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를 염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정책〓주택시장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정반대였다. 98년에는 규제 완화와 시장 활성화가 목적이었다면 2002년에는 규제 강화와 수요 제한이 주요 내용이었다. 최근의 집값 하락도 정부 의지가 관철된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책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실물경제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주택 부문을 무리하게 압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재덕(崔在德) 건설교통부 차관보는 “지금까지는 가수요를 차단하는 데 정책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는 쪽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와 공급〓우선 공급 부문에서 달라진 요인은 작년 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단기간에 집값을 떨어뜨릴 요인은 아니다.

고철(高鐵) 국토연구원 토지주택연구실장은 “선진국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는데도 매년 일정량의 신규 주택 수요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도 많은 편은 아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17만706가구로 올해(17만9242가구)보다 소폭 줄어든다.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아파트가 늘긴 하지만 주택시장을 크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수요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년 11월 말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사상 처음으로 1000가구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 주택수요는 충분하다. 하지만 최근 서울에서 10가구 중 2가구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점은 수요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증거다.

김선덕 소장은 “수요 추이는 각종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단언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등 기초 여건이 아직까지 염려할 만한 단계로 접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주택시장 또한 당장 심각한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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