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업종? 알고보면 '진주'…분뇨-건축폐기물업체 실속성장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8시 38분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지저분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혐오하는 기업이 있다면 바로 그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그는 장의(葬儀) 산업을 최고 투자 유망업종으로 꼽았다.

왜 하필이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하다는 3D업종일까.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는 회사일수록 그 업종에서 안정적인 지위를 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이 ‘더럽고 힘든 일’이라며 굳이 그 일을 하려 하지 않아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지 않다.

▽3D업종 전망〓3D업종 기업은 주로 ‘환경산업’을 하는 회사로 포장돼 있다. 겉모습은 ‘환경을 깨끗이 하는 미래형 기업’이지만 사실 진짜 하는 일은 가축의 오물을 처리하거나 건축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하는 일이 3D업종이라고 해서 기업 전망까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환경산업은 어느 분야보다 성장성이 높다고 점쳐진다. 환경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여서 3D업종 회사는 앞으로 더 할 일이 많아질 전망이다.

▽증시의 3D기업〓아쿠아테크는 물을 정화하는 회사. 분뇨와 축산 폐수를 처리한다. 투자자 중에는 이 회사를 “× 치우는 회사”라고 거칠게 표현하는 이도 있다. 이 회사는 폐수 처리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물을 정화하는 신기술의 효과를 인정받아 이를 토대로 폐수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2.5%로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인선이엔티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때 생기는 건축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이지만 이 시장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과 재개발이 잦아지면서 최근 5년 동안 전국에서 나온 건축 폐기물은 연평균 22.8%씩 늘었다. 인선이엔티는 올해 4·4분기(10∼12월)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와 30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코트렐은 발전소와 시멘트 공장 등에서 나오는 먼지를 정화하는 회사. 최근 3년 동안 불황 탓에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올해 관급공사 수주가 급증하면서 흑자로 전환했다.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구직자가 피한다고 투자자까지 3D기업을 피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며 “남들이 기피하는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기업은 실적이 안정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