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과다책정 현대건설 등 4개사 집중세무조사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4시 40분


국세청이 올들어 실시된 서울지역 아파트 동시분양에서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업체 4개사에 대해 법인세 탈루 여부를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18일 일부 건설업체들이 서울지역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게 잡아 기존 집값을 상승시키고 또 다시 분양가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서울시가 최근 통보한 분양가 과다 책정업체인 현대건설, 대림산업, 흥화공업, 이수건설을 법인세 탈루 집중조사 대상으로 선정, 내년 3월 법인세 신고 때 소득을 제대로 신고, 납부했는지를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등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

이들 4개 업체는 시민단체인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의 지적에 따라 각 구청으로부터 분양가 자율 인하를 권고 받았지만 거부한 회사들이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이 5차(서초구 방배동 방배 2-3지구 재건축 아파트)와 11차(노원구 공릉동 공릉2 재개발아파트) 동시분양에서 분양가를 과도하게 높게 책정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림산업은 8차 동시분양에 선보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물량, 이수건설은 9차 동시분양에 내놓은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에 대해 각각 초호화 호텔 수준으로 건축비를 책정하고 모델하우스 운영비를 높게 잡는 방법을 통해 분양가를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흥화공업도 9차 동시분양을 통해 공급한 노원구 월계동 정진연립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보다 현저하게 높게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이들 4개 시공업체 외에 부지와 건축비를 제공하는 시행사에 대해서도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서 등 서울시로부터 넘겨받은 각종 서류를 집중적으로 점검, 탈세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관련 건설업체들은 국세청의 법인세 조사가 초법적인 분양가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분양가를 자율화해놓고 국세청과 시민단체를 동원해 간접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

업체들은 또 국세청과 시민단체가 건설 원가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채 주변에 있는 기존 아파트 값보다 높은 분양가는 무조건 '폭리'로 몰아 부치는 편견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서울 강남지역 땅값이 평당 3000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아파트 값을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맞춘다는 건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법인세 조사가 현실화되면 아예 분양을 늦추겠다는 업체도 있다. P사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되면 내년 초 공급할 계획인 서울 강남권 아파트 분양시기를 하반기로 늦춰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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