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애드 해외매각 대비 "새광고주 모셔라" 업계 물밑 작업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21분


《국내 광고업계가 업계 2위 LG애드의 해외 매각을 앞두고 시장판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그룹의 인하우스 광고회사(대기업 계열사로 모기업의 광고를 전담)인 LG애드는 현재 세계 3위 광고회사인 영국 WPP그룹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WPP가 LG애드의 최대주주 구연경씨의 지분(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녀·9월 말 현재 지분 13.48%)을 포함해 구씨 일가의 보유 지분 20%를 전부 사들이면 LG애드는 LG그룹과 사실상 결별하게 된다.

▽얼마나 빠져나갈까〓국내 인하우스 광고회사가 해외에 팔릴 경우 보통 해외 인수회사는 국내 회사가 가진 모그룹의 광고물량을 수년간 약속 받는다. 미리 광고물량을 확보해 둬 신규시장 진출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것.

하지만 25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LG 계열사 중 상당수가 WPP와의 독점 광고계약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애경그룹 계열 광고사인 애드벤처를 사들이면서 5년 이상의 애경 광고 독점권을 얻은 WPP는 LG에도 비슷한 기간의 광고 독점권을 요구했지만 계열사들의 반발로 최근 독점기간을 3년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분 매각대금 수백억원이 구씨 일가로 들어갈 예정이어서 LG의 또 다른 동업자 가문인 허씨 일가쪽 계열사들은 독점 광고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애드는 현재 연간 광고물량 7000여억원 중 75% 이상을 모그룹에서 받고 있으며 이 중 허씨쪽 계열사는 LG건설, LG유통, LG기공, LG칼텍스정유 등이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WPP는 최근 매출이 줄면서 성장성이 높은 한국 광고시장에 진입하길 강력히 원하고 있다”며 “WPP가 LG의 일부 계열사를 포기한 채 협상을 마무리하면 내년 1500억∼2000억원 정도의 광고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LG 계열사들과의 협상이 일괄 타결돼 LG 광고물량이 WPP로 전부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분주한 광고업계〓최근 각 광고회사들은 LG 계열사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모든 정보망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안에 두 회사간 협상이 끝나고 LG의 일부 광고물량이 시장에 나오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A광고회사 고위 임원은 “지금부터 LG 계열사들을 접촉해 둬야 이들이 새로운 광고회사를 찾을 때 경쟁입찰에 초대받을 수 있다”며 “내년 광고계는 1위 제일기획을 제외하곤 모두 순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LG애드는 모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규 광고주를 찾고 있다. LG애드는 1∼9월 하나로통신, 우리은행, 하이트맥주 등 516억원 규모의 신규 광고주를 확보했다.

LG애드 관계자는 “광고주가 능력 있는 광고회사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며 “WPP와의 협상과 관계없이 국내 최고 광고회사의 역량을 유지한다면 우리는 시장변화에 그리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9월말 현재 LG애드 주요 주주
주주명지분비고
구연경13.48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녀
허동수5.74LG칼텍스정유 회장
허승조5.69LG유통 사장
구자열2.02LG전선 부사장
구본웅1.05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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