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행들, ´근저당설정비 면제´ 폐지

  • 입력 2002년 11월 6일 15시 48분


작년부터 은행권이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시행해온 근저당설정비 면제 제도를 폐지하고 나섰다. 근저당설정비는 아파트와 주택 등에 담보권을 설정하는데 들어가는 각종 서류 및 등기비용.

일반적으로 대출기간이 3년이상일 때 면제되며 비용은 대출금의 0.7∼1% 수준이다. 은행들은 설정비를 직접 부담하면서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여 대출잔액을 늘리는데는 성공했으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놓고 고민해왔다.

설정비를 고객이 부담하면 실질적인 대출금리인상 효과가 있다.

또 부동산가격 폭등에 일조했던 개인들의 아파트 구매열기도 식어 부동산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총대를 메다〓은행들은 아파트담보대출을 해줘도 각종 자금조달비용과 인건비, 간접비 등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근저당설정비를 다시 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경쟁은행에 고객을 빼앗기기 때문에 속앓이를 하며 서로 눈치만 살펴왔다. 그러다 우리은행이 전격적으로 5일부터 설정비 면제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작년 1월 설정비면제를 처음으로 시작했던 신한은행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1∼10월에 부담한 설정비만 500억원이나 된다"며 "은행의 수익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김영일 부행장은 "은행들이 현재의 대출금리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설정비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며 "국민은행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시장점유율이 40%를 넘는 국민은행이 설정비 면제를 폐지하면 나머지 은행도 따라올 수 밖에 없고 뒤를 이어 생명·손해보험사도 설정비를 다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금리 인상 효과〓예를 들어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으면 고객은 70만∼100만원의 근저당설정비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 대출기간 3년을 감안하면 대출금리가 연 0.23∼0.33%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은행들은 이미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시가의 60%로 내렸기 때문에 설정비 제도까지 부활하면 가계대출 시장은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한건당 이익은 적지만 전체적인 대출잔액을 늘려 수익을 낸다는 기존의 전략을 수정해 다시 수익성 위주로 방향을 돌릴 때가 온 것.

이는 부동산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이 금리가 싼 은행돈을 빌려 아파트를 사는 것이 어려워져 전체적인 부동산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