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양도세 중과세로 투기 잡는다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31분


정부가 11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마련한 대책 가운데 특히 5차 부동산종합대책은 지난달 8일 발표된 4차 대책에 버금갈 만한 강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집값이나 땅값이 급등한 지역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기준을 기준시가나 개별공시지가가 아닌 실(實)거래가격으로 하는 ‘투기지역’이란 개념을 내년부터 도입키로 한 것은 투기억제 및 과세 형평상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에서는 집을 팔 때의 양도세가 지금보다 2∼3배로 오르는 사례도 속출할 것으로 보여 일부 반발도 예상된다.

▽예상 밖의 고(高)강도 대책이 나온 배경〓정부는 4차 대책으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록 아파트 값이 일단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정부측 판단이다. 또 내년 신학기를 맞으면 아파트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큰데다 땅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 고려됐다.

최경수(崔庚洙)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이 같은 불안 요인이 현실로 나타날 때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만들어 놓자는 것이 이번 대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국내외 경기 불안으로 부동산가격 급등에 대처하는 주요한 ‘정책 수단’인 금리인상을 쓸 수 없게 된 데 따른 ‘안전핀’으로 세제쪽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투기지역’ 지정이 대책의 핵심〓재경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존의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투기지역은 땅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훨씬 범위가 넓다. 또 투기과열지구는 청약경쟁이 심한 곳만을 대상으로 해 신도시나 과천 등이 빠지는 데 비해 투기지역은 부동산값이 오르는 곳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정할 수 있다.

특히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준시가(주택)나 개별공시지가(땅)가 아닌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매긴다. 또 최고 15%포인트까지 세율을 탄력적으로 올릴 수 있다.

현재 기준시가는 실거래가의 70∼80%, 개별공시지가는 60∼70% 수준이어서 실거래가로 과세하면 양도세가 크게 늘어난다. 여기에 탄력세율까지 적용해 세율을 9∼36%에서 24∼51%로 올리면 양도차익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이게 된다.

지금도 ±15%포인트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전국적으로 일제히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문화(死文化)한 조항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투기지역에만 이를 적용하므로 정부가 이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 부담 얼마나 커지나〓양도세 부담은 양도차익과 보유기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내년에 5년 보유한 서울 B아파트 31평형을 판다고 가정해보자.

기준시가로 하면 양도차익이 2억370만원이고 양도세는 4973만원이다. 실거래가로 과세하면 양도차익은 3억3010만원, 양도세는 8841만원으로 늘어난다. 세 부담이 78%나 높아진다.

여기에 더해 세율을 15%포인트 올리면 양도세는 1억3012만원으로, 제도 변경 전보다 무려 162%나 증가한다.

또 다른 사례로 3년 보유한 서울의 34평형 A아파트를 판다고 치자. 기준시가를 적용하면 양도차익 2억6015만원에 대해 7169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이에 비해 현재 세율과 실거래가로 과세하면 양도세는 9503만원, 탄력세율과 실거래가로 과세하면 양도세는 1억3950만원으로 많아진다.

토지는 공시지가와 실거래가의 격차가 주택에 비해 더 크기 때문에 세 부담 차이도 더 많이 난다.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주요내용
구분내용
투기지역 신규 지정 및 양도세 강화-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로 과세-기본세율(9∼36%)에 탄력세율(±15%) 적용
고급주택 양도세 강화-6억원이 넘는 주택은 전용면적이 45평 미만이어도 실거래가로 과세
투기과열지구 확대수도권 가운데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추가로 지정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수도권과 제주도의 투기우려지역을 추가-토지거래 허가대상 면적을 녹지지역의 경우 330㎡ 초과에서 200㎡초과로 변경
세무조사 강화-부동산 과다보유자, 미성년자 등 투기혐의자를 3개월마다 국세청에 통보하고 세무조사 결과 발표-개인별 가구별 부동산 보유 거래현황 실시간 파악 가능한 종합전산망 구축

(자료:재정경제부)

5년 보유한 서울 B아파트 31평형의 양도세 계산사례 (단위:만원)
 기준시가로 과세실거래가로 과세
현재 세율 적용탄력세율 15% 추가
취득가액(A)2억10003억3000
양도가액(B)4억20006억7000
양도차익(C=B-A-필요경비)2억 3703억3010
장기보유특별공제(D)30564952
기본공제(E)250250
과세표준(F=C-D-E)1억70642억7808
양도소득세(F×세율-누진공제)497388411억3012

(자료:재정경제부)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