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대출서류 조작 의혹

  • 입력 2002년 10월 11일 06시 44분


10일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공개한 산업은행의 문서접수대장. 현대상선이 제출한 서류에는 일련번호가 아니라 ‘860-1’ ‘949-1’ 등 꼬리표가 붙어있다.
10일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공개한 산업은행의 문서접수대장. 현대상선이 제출한 서류에는 일련번호가 아니라 ‘860-1’ ‘949-1’ 등 꼬리표가 붙어있다.

산업은행이 2000년 6∼12월 현대상선에 4000억원을 대출한 시점부터 일부 상환을 받고 만기연장해 주는 일련의 과정에서 현대상선이 6차례에 걸쳐 제출한 서류를 문서접수대장에 제때 기록하지 않고 나중에 적어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에 대출된 4000억원이 정상적 대출창구가 아닌 다른 경로로 대출됐으며 대출금 문제가 불거지자 사후에 꿰어 맞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에게 제출한 문서접수대장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5일 4000억원을 당좌대월(기업용 마이너스통장) 형식으로 대출받을 때 은행에 제출한 차입신청서는 일련번호가 861이어야 하는데도 문서접수대장에 860-1로 기재됐다.

이에 대해 산은측은 “담당자 실수로 기입을 늦게 하는 바람에 뒤늦게 860번과 861번 사이에 860-1로 적었을 뿐이다”며 “‘○○○-1’처럼 꼬리표가 붙는 경우는 현대상선 이외의 다른 기업이 낸 서류에도 일부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같은 해 6월 5일∼12월 18일까지 제출한 서류 6건에 모두 ‘○○○-1’로 꼬리표를 붙여 접수대장에 기록한 것으로 밝혀져 ‘사후 조작’이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접수대장에 따르면 산은측이 뒤늦게 적어 넣은 현대상선 관련 기록은 △900억원 대출신청서(일련번호 949-1) △6월 28일 4000억원 차입신청서(987-1) △9월 26일 차입신청서(1457-1) △12월 18일 900억원 연장 차입신청서(1921-1) 등이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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