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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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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9일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의 대표기업인 더존디지털웨어와 뉴소프트기술이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두 회사는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돈을 버는’ 몇 안 되는 우량기업. 예정대로 합병이 이뤄지면 새 회사는 전문경영인과 기술자가 사장과 부사장을 나눠 맡는 새로운 체제를 갖추게 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한국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보안회사들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슷한 기업끼리 합쳐야 한다는 점, 그리고 기술자가 아니라 경영 마인드를 가진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에 참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돈 못버는 구멍가게〓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를 전업으로 하는 회사는 무려 1207개. 이 가운데 자본금이 5억원 미만인 군소업체가 800여개다. 반면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인 회사는 27개에 불과하다. 구멍가게 수준의 고만고만한 회사만 몰려 있는 상황.
고객이 하나 생기면 수십개의 업체가 달라붙어 수주 경쟁을 한다.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면 승부는 가격에서 나기 마련. 대부분 군소업체들이 필사적으로 덤핑 판매에 나선다.
결과는 상처뿐인 영광. 제조원가가 거의 안 드는 정보기술(IT) 회사가 평균 영업이익률이 5%밖에 안 되는 것도 이 같은 저가 출혈경쟁 탓이다.
▽합쳐라〓전문가들은 “지금같은 출혈경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슷한 업체끼리 합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이 충분히 크다면 여러 업체들이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고작 수백억원대의 시장에서 수십개 업체가 서로 살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는 지적.
예를 들어 보안시스템의 일종으로 시장규모가 400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 ‘공개키 기반구조(PKI)’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소프트포럼과 이니텍이 합병하면 시장점유율 80%가 넘는 힘있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업계의 선두주자인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도 마찬가지. 여러 업체가 난립한 방화벽과 침입탐지시스템(IDS) 분야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경영마인드를 가져라〓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보안회사의 CEO는 대부분 기술자 출신의 창업자들이다. 이들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기술을 개발하고 회사의 골격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회사 규모는 커지는 반면 시장은 계속 침체해 있다. 따라서 이제는 ‘좋은 물건’을 만드는 기술자보다 그 물건을 잘 팔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소프트웨어 및 보안 분야에서 전문경영인이 회사 경영에 참여한 회사는 김철수 부사장이 안철수 사장을 돕는 안철수연구소와 최근 김재민 사장을 영입한 더존디지털웨어 정도.
굿모닝신한증권 오재원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합병 및 전략적 제휴, 해외시장 개척 등 회사의 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경영능력”이라고 지적했다.
| 소프트웨어 업종의 양면성 | ||
| 긍정적인 면 | 부정적인 면 | |
| 업종 성장성 | 수출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워. 내수시장 위주로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가능성 높음 | 관련 업체가 너무 많아 시장 확대가 기업 실적 호전으 로 이어질지 미지수 |
| 인력 |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인력 보유 | 업체가 너무 많아 우수 인력이 여기 저기 흩어짐 |
| 주가 | 코스닥시장이 최악이었던 지난 해 9·11테러 직후보다 최근 주가가 더 떨어진 상태 | 1999, 2000년 이후 주가 거품이 많이 빠졌다는 평가 |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