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뜯어보기]업체 난립…뭉쳐야 산다

  • 입력 2002년 9월 22일 18시 01분


《디날리아이티 창민테크 씨엔씨엔터프라이즈 삼영 안철수연구소 쌍용정보통신….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한국 코스닥시장의 간판 기업들이다.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인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주가는 작년 이맘 때에 비해 모조리 반도막이 났다. 최근 코스닥지수는 지난해 미국 9·11 테러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들이 재도약을 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5회에 걸쳐 짚어본다.》

다음달 29일 전사적자원관리(ERP) 분야의 대표기업인 더존디지털웨어와 뉴소프트기술이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두 회사는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돈을 버는’ 몇 안 되는 우량기업. 예정대로 합병이 이뤄지면 새 회사는 전문경영인과 기술자가 사장과 부사장을 나눠 맡는 새로운 체제를 갖추게 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한국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보안회사들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슷한 기업끼리 합쳐야 한다는 점, 그리고 기술자가 아니라 경영 마인드를 가진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에 참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돈 못버는 구멍가게〓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를 전업으로 하는 회사는 무려 1207개. 이 가운데 자본금이 5억원 미만인 군소업체가 800여개다. 반면 자본금이 50억원 이상인 회사는 27개에 불과하다. 구멍가게 수준의 고만고만한 회사만 몰려 있는 상황.

고객이 하나 생기면 수십개의 업체가 달라붙어 수주 경쟁을 한다.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면 승부는 가격에서 나기 마련. 대부분 군소업체들이 필사적으로 덤핑 판매에 나선다.

결과는 상처뿐인 영광. 제조원가가 거의 안 드는 정보기술(IT) 회사가 평균 영업이익률이 5%밖에 안 되는 것도 이 같은 저가 출혈경쟁 탓이다.

▽합쳐라〓전문가들은 “지금같은 출혈경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슷한 업체끼리 합병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이 충분히 크다면 여러 업체들이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고작 수백억원대의 시장에서 수십개 업체가 서로 살겠다고 나서는 것은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는 지적.

예를 들어 보안시스템의 일종으로 시장규모가 400억원 정도밖에 안 되는 ‘공개키 기반구조(PKI)’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소프트포럼과 이니텍이 합병하면 시장점유율 80%가 넘는 힘있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업계의 선두주자인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도 마찬가지. 여러 업체가 난립한 방화벽과 침입탐지시스템(IDS) 분야에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경영마인드를 가져라〓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보안회사의 CEO는 대부분 기술자 출신의 창업자들이다. 이들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기술을 개발하고 회사의 골격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회사 규모는 커지는 반면 시장은 계속 침체해 있다. 따라서 이제는 ‘좋은 물건’을 만드는 기술자보다 그 물건을 잘 팔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경영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소프트웨어 및 보안 분야에서 전문경영인이 회사 경영에 참여한 회사는 김철수 부사장이 안철수 사장을 돕는 안철수연구소와 최근 김재민 사장을 영입한 더존디지털웨어 정도.

굿모닝신한증권 오재원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합병 및 전략적 제휴, 해외시장 개척 등 회사의 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경영능력”이라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양면성
긍정적인 면부정적인 면
업종 성장성수출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워. 내수시장 위주로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가능성 높음관련 업체가 너무 많아 시장 확대가 기업 실적 호전으 로 이어질지 미지수
인력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인력 보유업체가 너무 많아 우수 인력이 여기 저기 흩어짐
주가코스닥시장이 최악이었던 지난 해 9·11테러 직후보다 최근 주가가 더 떨어진 상태1999, 2000년 이후 주가 거품이 많이 빠졌다는 평가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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