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한투신 회사돈 변칙운용 공자금 1800억 날렸다

  • 입력 2002년 9월 19일 06시 45분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 2대 투신사가 금융감독위원회의 묵인 아래 불법적으로 ‘확정금리’를 약속하고 고객들에게서 유치한 신탁형 증권저축의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1800여억원의 공적자금을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투신사는 증권저축 계정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부도기업의 주식 등 부실 유가증권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자사(自社)에 빌려주는 형식을 취한 뒤 이자를 받아 손실을 보전하는 변칙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금감위가 자민련 안대륜(安大崙)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투 대투는 2000년 이후 고객들에게 ‘연 5∼7%의 확정금리를 지불하겠다’는 약속 아래 고객자산 6조원(잔액 기준)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이 돈으로 사들인 주식과 채권의 가치가 폭락하자 이들 부실채권 3조1757억원(2002년 6월 말 기준 한투 2조613억원, 대투 1조1144억원)어치를 자기회사의 자산으로만 구성된 별도 계좌에 빌려주고 이자로 매년 2000억원가량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두 투신사는 또 2000년 말부터 확정금리를 약속하고 신탁형 증권저축을 모집하는 것이 금지됐는데도 금감위의 묵인 아래 확정금리 저축을 계속 유지하는 바람에 손실폭이 커져 2000년 이후 한투 963억원, 대투 850억원 등 총 181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안 의원은 “한투 대투의 이 같은 거래는 불법행위이며, 당국이 공적자금 추가 투입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불법 거래를 묵인해 발생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당초 금감위는 2000년 말 이후로는 투신사가 은행처럼 확정금리를 약속하는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금감위는 6개월 뒤인 2001년 6월 한투 대투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서 ‘2005년 3월까지 확정금리 상품을 완전히 정리하라’는 조건 아래 사실상 확정금리 상품 모집을 눈감아 주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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