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광고]태국 음주운전방지 캠페인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37분


일주일에 몇 번쯤 술을 드십니까?

저는 술로 해프닝이 많은 사람인데 아이가 크면서 절제하려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꼽아보면 일주일에 2, 3차례는 술자리를 갖게 됩니다.

오늘 보실 광고는 다국적 광고회사인 레오버넷이 만든 태국건강증진협회의 음주운전방지 캠페인입니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만약에…’라는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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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음주운전이 일상화된다면 우리 생활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 가정입니다. 음주운전이 일상화된다면…. 생명보험업이 뜰 것이고, 음주운전을 단속할 교통경찰이 엄청 늘 것이고, 단속을 피하는 방법이 더욱 정교해지겠지요. 무엇보다 음주운전으로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아내와 아이들도 많아질 겁니다.

이 광고는 자극적인 ‘사망사고’보다는 흔히 있을 ‘부상사고’를 등장시켰습니다. 사진을 보면 변기 칸들이 거의 모두 장애인용입니다. 장애인용이 한두 칸이고 나머지는 모두 일반인용인 요즘 화장실과는 완전히 역전된 구상입니다. 화장실 한 쪽 구석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청소하는 사람의 모습은 ‘이것이 일상이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카피는 ‘Just a Normal Day, When Drink Driving is just normal.’(음주운전이 일상이 되었을 때 우리의 일상)

‘발견은 발상 위에 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상의 한 단면에 소재만 살짝 바꾼 이 광고는 억지로 짜낸 아이디어보다 훨씬 쉽고 편안하게 이해가 됩니다. 광고를 만들다 보면 자꾸 기발한 것에만 눈이 가는데, 사실 광고를 보는 사람은 쉽고 편안하고 아이디어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딱딱한 데이터 두 개. 2001년 음주운전 사고는 2만4994건이었답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1004명과 4만2164명. 2001년 우리나라 15세 이상의 1인당 음주량은 14.4ℓ. 유엔이 ‘국가안보에 위해한 수준’으로 규정한 5ℓ를 훨씬 넘는 수준이지요.

아직은 화장실을 다 장애인용 칸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이렇게 가다간 이 광고가 ‘가정’한 상황이 모두 일상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오늘 하루쯤은 술을 걸러 볼까요? 아니면 차를 놓고 가든가….이선구·제일기획 시니어 카피라이터

adman66@sams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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