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성 채용 외면한 공기업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38분


20개 공기업의 여성직원 비율이 12.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여성부 국감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취업정보회사인 리크루트가 얼마 전 국내 60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나타난 여성직원 비율 12.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여성 채용에 소극적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사기업보다도 공기업의 여성 채용 실적이 더 저조한 점은 비판받을 만하다. 말 그대로 공기업으로서 여성 취업희망자에게도 동등한 취업기회를 제공했는지, 여성 채용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여러 의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조사대상 가운데 대한석탄공사는 전체 직원 2200명 가운데 여성직원이 40명뿐이었고 절반인 10개 공기업이 10%를 넘지 못했다.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여성직원이 많이 필요한 곳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 낮은 비율이라면 그동안 여성인력 활용에 관심이 없었음을 기업 스스로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최근 대졸자 가운데 여성비율은 46% 선으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남자들도 취업이 어렵다곤 하지만 여성에게 취업은 살인적일 정도의 ‘좁은 문’이다. 그래서 요즘과 같은 취업시즌은 ‘절망과 한숨의 계절’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산하 공기업부터 여성인력 활용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여성 경제활동 참여의 확대를 강조해 왔고 여성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실천해야 할 공기업들이 외면함으로써 손발이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나마 각종 고시나 공무원시험에서 여성 합격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여성 채용을 기피하는 정부 내 관행이 개선되었다기보다는, 여성들이 차별 없이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게 고시제도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기업들도 여성지위 향상 등 사회 변화에 따라 여성인력 채용에 점차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정부와 관련기관들도 말뿐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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