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株主제일주의 현장을 가다]⑧신도리코 40%는 주주 몫

입력 2002년 8월 26일 17시 29분

“회사가 이익을 내면 주주에게 30%, 종업원에게 30%, 사내 유보에 30%, 그리고 사회를 위해 10%를 쓰겠다.”

올해 3월 향년 83세로 세상을 떠난 신도리코 창업주 우상기 회장이 평소 입버릇처럼 말한 경영철학이다. 디지털 네트워크 중심 업체로 도약을 선언한 신도리코는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재투자해야 하는 회사다. 이런 환경에서 회사가 이익을 사내에 유보하지 않고 주주에게 돌려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신도리코는 매년 순이익 가운데 40%가 넘는 돈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그러고도 보유 현금자산이 27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현금 흐름이 탄탄하다. 창업주의 주주 제일주의 및 정도 경영철학이 이런 값진 성과의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

▽회사의 이익은 주주의 몫〓배당성향이란 회사의 순이익 가운데 얼마를 주주에게 배당했는지를 보여주는 비율. 신도리코의 배당성향은 1998년 이후 한번도 4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주목할 부분은 신도리코의 배당성향이 매년 일정하다는 점.

다른 회사의 배당성향은 이익의 크기에 따라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 이익이 얼마냐에 따라 배당을 적절히 조정하는 대신 미리 ‘올해 배당으로 나갈 돈은 주당 얼마’ 식으로 정해놓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이익을 많이 내면 배당성향이 낮아지고 이익을 못 내면 배당성향이 높아지는 회사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 탓이다.

그러나 신도리코는 회사 이익이 많건 적건 꾸준히 이익의 4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외환위기 직후 순이익이 356억원으로 다소 부진했을 때에도 배당성향은 41%였고 사상 최고의 이익(489억원)을 낸 지난해 배당성향은 45%였다.

▽새로운 도약〓신도리코는 창사이래 철저히 무차입 경영 원칙을 지켰다. 벤처 열풍이 거셌던 1999, 2000년 신도리코는 2000억원의 현금 가운데 단 한푼도 벤처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만큼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회사를 운영해왔다.

증시에서는 신도리코의 이런 정도 경영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오른 주가(5만6000원선)로 일단 보답을 받았다고 평가한다.

올해 7월 신도리코는 ‘복사기 만드는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디지털 네트워크 중심의 새로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 CI(기업이미지 통합)도 발표했다. 이런 새로운 도약 시도가 얼마나 빨리 성공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이 회사 주가 움직임에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