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30달러" 高유가 충격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49분



국제유가가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한국경제를 위협할 큰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원가(原價)에서 석유 비중이 높아 유가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석유화학 항공 해운업계 등은 초조한 표정으로 유가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이 가장 많이 들여오는 유종(油種)인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20일(현지시간) 배럴당 26.01달러에 거래돼 전날보다 0.35달러 올랐다. 이는 올해 최고치인 5월 14일의 26.27달러 이후 가장 높아 곧 연중 최고치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또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0.33달러 떨어진 27.24달러, WTI의 경우 0.05달러 하락한 29.80달러에 거래됐다. 특히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WTI 선물(先物)가격은 30.11달러에 마감돼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올 4월 이후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유가상승은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 미 해군이 본토와 유럽의 군사장비를 페르시아만으로 이동배치하기 위해 민간 상선을 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라크 공격에 대한 우려가 증폭돼 최근 1주일 사이에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 오를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물론 미국의 이라크 공격 여부.

만약 미국이 실제로 이라크 공격에 나선다면 WTI 기준으로 배럴당 최고 40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전쟁이 나지 않는다면 곧 안정세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李文培) 정보동향팀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근 하루 생산량이 2100만배럴로 98년의 2700만배럴보다 크게 낮은데다 전반적인 유가 소비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전쟁만 안 난다면 유가하락 요인이 더 많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은 한국의 경상수지를 나쁘게 하는 것은 물론 미국 경기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해 다시 한국의 경제성장률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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