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JOB]中企 외국인근로자 ‘썰물’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06분


중소기업들의 인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려 온데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집단 이탈하는 바람에 상당수 기업은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와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7000여명이 몰려 있는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의 경우 5월 이후 이들 가운데 20%가량이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다른 회사나 인근 공단으로 옮아갔다. 일부는 외국인들의 취업이 금지된 서비스업종으로까지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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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박소춘 처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집단 이동으로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외국인 인력이동이 급증한 직접적 계기는 정부가 지난달 외국인 불법취업자들을 내년 3월까지 모두 강제출국시키기로 한 것. 정부는 대신 불법체류를 자진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 25만6000여명의 신분을 출국 기한까지 보장해 한시적으로 ‘합법화’했다.

이 발표 후 외국인 근로자들은 출국 전까지 돈을 더 벌기 위해 대거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 일자리를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안산 반월공단의 ‘다우금속’ 양귀순 사장은 “올해 초 6명이던 외국인 근로자가 지금은 2명만 남았다”며 “지금도 전체 라인의 가동률을 줄이고 있지만 일손을 구하지 못하면 공장을 그만둬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기업이 필요한 인원 대비 부족인원 비율인 인력부족률도 급등하는 추세. 중소기협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3%였던 중소기업들의 인력부족률은 하반기에 10.7%로 껑충 뛰었다.

건설현장의 외국인 인력이동은 훨씬 심하다. 대부분 일당제로 임금을 지불하는 데다 근로자들이 5∼10명씩 함께 움직이기 때문.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일시적인 ‘인력 진공상태’가 될 내년 3월 이후에는 사상 최악의 ‘인력 대란(大亂)’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안산〓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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