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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9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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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TNS 부도의 직접적 원인이 된 월드컵 휘장사업은 발표와는 달리 회사 내부에서 처음부터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부도 직전까지 회사장부에 전혀 기록하지 않은 무기장 약속어음을 대규모로 발행, 명동 사채시장에서 할인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월드컵 휘장사업, 처음부터 부풀렸다〓2001년 감사보고서에는 ‘코오롱TNS가 월드컵휘장 독점사업권을 따내 매출 6000억원, 순이익 800억원이 기대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회사 내부관계자는 9일 “처음부터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사업을 시작했을 뿐 수익성이 별로 없고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즉 처음부터 수익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미래매출을 부풀렸으며 분식회계로 재무상태를 양호하게 위장해 투자자금을 끌어모은 뒤 고의부도를 내지 않았느냐는 것.
휘장사업은 원래 홍콩계 CPP코리아가 사업권을 갖고 있었으나 2002년 1월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자 반납했고 이후 코오롱TNS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직접 접촉해 2월 사업권을 따냈다.
몇 년째 이 회사를 감사해온 안건회계법인은 부풀려진 내용을 그대로 감사보고서에 실은 채 ‘적정’ 의견을 냈다.
안건회계법인 강희돈 전무는 “휘장사업이 잘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붉은 악마’ 티셔츠 외에는 월드컵상품이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기명 어음 남발, 자금조달〓코오롱TNS는 5월 신한은행 종로지점에 당좌계좌를 개설한 뒤 약속어음을 발행, 사채시장에서 할인받아 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어음은 회사장부에 기록돼 있지 않아 어음을 매입한 사채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의도적으로 단기차입금을 누락시킨 전형적인 분식회계 수법으로 현재 확인된 무기장 어음만 63장이나 된다.
따라서 상호저축은행 등이 갖고 있는 기업어음(CP) 700억원 외에 코오롱TNS가 장부에 기록하지 않은 차입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개업자 유모씨는 “4월부터 ‘곧 부도가 난다’는 소문이 돌아 어음 10억원을 회수하려고 회사에 확인해봤더니 ‘그런 어음은 발행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부도 직전까지 이런 식으로 약속어음과 기업어음(CP)을 수시로 발행,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 고금리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이 회사 100% 대주주였던 이동보 회장과 심완보 대표가 잠적해 정확한 피해금액이 얼마인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조달한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행방도 묘연한 상태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