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이닉스채권단 CB전환 무효”…소액주주들 소송추진

  • 입력 2002년 6월 16일 22시 58분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정치권이 ‘표’를 겨냥해 하이닉스 반도체의 독자 생존을 지지하면서 하이닉스 소액주주와 노조가 “연말 대통령 선거 때까지 이런 지지 발언들을 활용하겠다”며 강공(强攻)에 나섰다.

소액주주와 노조는 채권은행이 지분 80%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자 그동안 뚜렷한 활동을 벌이지 못했었다.

▽소액주주와 노조의 움직임〓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살리기연합회 오필근 의장은 16일 “채권은행단이 3조원어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꾼 것은 무효라는 소송을 이달중 법원에 내겠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노조도 다음달 24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정치권과 국민을 상대로 하이닉스 독자생존의 현실성을 설명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연합회가 4월에 낸 비슷한 가처분 신청은 서울지법이 “소액주주에게 권한이 없다”며 기각한 바 있어 ‘법률 싸움’이 가능한지조차도 미지수였다. 그러나 소액주주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나온 정치권의 지지 발언을 ‘기댈 언덕’으로 믿고 있다.

소액주주모임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선거 승리를 위한 인기 영합 발언을 그대로 믿지는 않지만 소액주주의 투표권을 십분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개입〓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당의 경기지사 후보들은 앞다투어 ‘하이닉스 독자 생존’을 주장했다.

경기지사로 당선된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 후보는 “해외 매각의 부당성을 알리고 하이닉스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닉스가 독자 생존하기 위해서는 추가 부채 탕감이 불가피하지만 한나라당은 몇 개월 전만 해도 “부채 탕감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고 비난했다.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으로 기업구조조정을 지휘하다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한 진념(陳稔) 후보도 선거 과정에서 하이닉스 노조측에 “독자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 후보는 그동안 줄곧 “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이 좀 났다고 독자 생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정치권의 하이닉스 반도체 관련 발언
정치인발언내용 시간 장소
손학규경기도지사 당선자·한나라당·“해외매각의 부당성을 알리고 하이닉스의 직원 주주 채권단과 협의 해서 하이닉스를 살리겠다”(5월15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 노조 를 방문해)
이원종충북지사·한나라당·“하이닉스 해외매각에 반대한다. 경제논리에 따라 독자 생존하도록 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겠다”(6월3일, 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해)
박병윤 의원민주당 정책위의장 ·“정부 채권은행 업계 노사 등 4개 당사자와 연말까지 독자생존 방안을 모색한 뒤 추이를 봐서 독자생존 또는 해외매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6월9일, 취재기자들에게)
진념전 재정경제부 장관·민주당 ·“하이닉스는 자력회생을 기본원칙으로 한다. 독자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5월31일, 이천공장을 방문해)·“하이닉스가 1, 2월 영업이익을 냈지만 독자생존의 근거는 못 된다” (재경부장관 시절인 3월7일, KBS 라디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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