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삼성-SK-LG ‘KT갈등’ 심상찮다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55분


KT(옛 한국통신) 민영화를 위한 정부 보유 KT 지분 매각과정에서 생긴 주요 그룹간 감정대립이 심상찮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수모를 겪은 삼성은 ‘기습작전’으로 KT의 최대주주로 떠오른 SK에 대해 반감을 공공연히 나타내고 있다. LG는 입찰에서 실리(實利)는 챙겼지만 SK의 급부상을 경계하면서 파워콤 인수에 총력전을 펼 태세다.

SK는 이번 결정이 그룹의 주력인 통신분야 생존권 방어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삼성 달래기’에 나서고 있으나 워낙 감정의 골이 깊어 꽤 오래 후유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격앙된 삼성〓최근 삼성그룹 고위 임원회의에서는 수시로 SK에 대한 성토가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KT 지분을 반드시 확보할 생각도 없었고 ‘KT 지분 황금분할’ 구도를 바랐던 정부의 종용에 따라 입찰에 참여했다”며 “SK 측이 삼성 견제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흘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SK가 과거 공기업 인수를 통해 급성장해온 사실과 수출보다 내수에 치중해 국민경제 기여도가 낮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SK 견제를 위해 다른 기업과 손을 잡는 등 SK에 대한 본격적 공세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은 손길승(孫吉丞) SK 회장의 영향력이 큰 전경련 활동에 일정부분 거리를 둘 움직임을 보인다. ‘재계 화합’을 위해 15일로 예정된 전경련 회장단 골프모임이 제대로 성사될지 의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달래기에 나선 SK〓삼성의 공세에 대해 SK는 ‘지나친 피해의식’이라고 거듭 해명하면서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SK로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말 바꾸기’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논란이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손 회장은 29일 전 계열사에 “삼성을 자극하거나 감정을 해치는 어떤 발언이나 행동을 하지 말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최근 손 회장과 최태원(崔泰源) 회장이 “KT 지분 중 교환사채(EB)를 통해 취득한 1.79%를 삼성 등에 넘길 의사가 있다” “KT 지분 인수는 경영권이 아니라 생존권 차원”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SK 관계자는 “SK가 재계 서열을 바꿀 의도가 있는 것처럼 오해가 확산된다면 곤혹스럽다”며 “우리는 삼성을 견제할 생각이 없으며 삼성에 ‘백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SK는 그룹의 주력사업인 통신분야 최강자 입지가 위협받는 일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안도감과 불안감 겹치는 LG〓이번 입찰에서 KT 지분 2.27%를 확보한 LG는 득실이 엇갈린다. LG로서는 당초 바라는 정도의 KT 지분은 얻은 데다 3% 미만의 지분을 갖고도 사외이사 추천권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져 충분히 실리는 챙겼다.

그러나 현재 무선통신 분야에서 LG텔레콤이 SK텔레콤에 압도당하고 있어 SK가 유선통신의 최강자인 KT의 최대주주까지 된 것에 경계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LG는 다음달 한전 보유 파워콤 지분의 입찰에 계열사인 데이콤을 통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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