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피플]대홍기획 오디오팀 배준 차장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29분


“영상을 듣고, 소리를 봅니다.”

대홍기획 오디오팀 배준(裵埈·33) 차장은 자신이 하는 일을 이렇게 표현한다.

배 차장의 업무는 광고 영상을 보고 알맞은 배경음악과 성우(聲優) 등을 선정하는 것.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배 차장은 학내 록그룹 ‘소나기’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모든 영상에는 나름대로 리듬이 있어요. 화면 컷이 바뀌는 속도, 배우들의 표정변화, 영상에 노출되는 제품화면의 반복 등에서 이런 리듬감을 찾아내야 하죠.”

김치단지를 들고뛰는 탤런트 양미라(롯데리아 김치버거 광고)에게 클래식 ‘월리엄 텔 서곡’을, 제주도에서 휴대전화기를 치켜든 영화배우 정우성(신세기통신 광고)에게 가요 ‘사랑보다 아픈 상처’를 입힌 것도 영상의 리듬감을 고려한 것이었다.

최근 광고음악이 영상이나 카피만큼 중요해지면서 배 차장의 귀는 하루도 쉴 날이 없다.

회사에 있는 3000∼4000장의 음반을 듣는 것도 부족해 음반업체 사람들을 만나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락과 리듬, 악기를 찾아다닌다.

팝송 가요 클래식에 국한됐던 자신의 음폭(音幅)을 넓히기 위해 얼마 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제3세계 음악회에도 다녀왔다.

“이처럼 영상 없이 음악만을 들을 땐 청취자들의 마음속을 생각합니다. 그들이 음악을 듣고 그려내는 영상을 추측하는 것이죠.”

배 차장이 눈과 귀를 반대로 사용하며 만든 광고음악들은 항상 소비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그 결과 그는 1995년 대한민국광고대상(012 박미경 편), 96년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농심 투나잇 편)을 수상했고 올 2월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페스티벌의 파이널리스트(델몬트 바나나 편)에 올랐다.

배 차장은 “시청자가 15∼20초 동안 들었던 음악을 모두 기억할 순 없다”며 “한 번 듣고도 기억에 남을 광고음악을 만들려면 오디오 PD는 끊임없이 자신의 눈과 귀를 학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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