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환경 변화 '싱크탱크' 키워 대처하자"

  • 입력 2002년 5월 13일 17시 58분


‘불확실성을 헤쳐나갈 싱크탱크(Think Tank)를 키워라.’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서 기업의 최대의 적은 바로 불확실성.

안개 속처럼 예측하기 힘든 경영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이 ‘두뇌집단’의 기능을 강화하고있다. 그룹 소속 연구소를 확충하거나 신설하는 것들이 그런 움직임이다.

SK그룹은 SK증권 내에 있는 경제연구소를 그룹 차원의 경제연구소로 확대 개편할 것을 검토중이다. 원래 선경경제연구소라는 그룹 연구소를 외환위기 발발 후 계열사 소속 연구실 로 축소했으나 이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사업 환경을 결정짓는 변수들이 워낙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들어 전망과 분석 기능의 필요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10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SK증권 내 경제연구소는 특히 지난해 9·11 테러 직후 사장단 회의에서 정확한 예측을 내놓아 경영진에 ‘싱크 탱크’ 기능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지금은 매달 두 번 열리는 수펙스 회의에서 브리핑을 할 정도로 경영진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SK 주변에서는 경제연구소가 출범하면 투비(To-Be) 모델로 불리는 미래 사업 발굴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달 초 경제연구실을 개설했다. 4개 팀으로 짜여진 연구실은 그룹의 비전과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을 비롯해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전략 제시, 국내외 거시경제 분석 및 미래 유망산업 발굴 등의 일을 맡고 있다.

연구실 신설은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신속 대응하고 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조직을 구성하라”는 지시로 1년여간 준비한 끝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주변에선 이 연구실이 후계자인 신동빈 부회장의 참모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하고 있다.

롯데는 앞으로 2년간은 그룹 관련 산업 연구에 집중할 계획. 연구 역량이 강화되면 규모를 키워 롯데경제연구소로 독립법인화할 방침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는 점차 그룹내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연구소가 만든 보고서가 종전엔 ‘참조 자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젠 필수적인 고려 사항으로 취급되고 있다”면서 “그만큼 사업 환경이 불투명하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차세대 성장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LG그룹 역시 그룹의 ‘청사진 도안’ 과정에서 그룹의 최고 두뇌집단인 연구소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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