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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5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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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카피는 좋은데 그래픽의 매력이 떨어진다든지, 그래픽은 상당히 충격적인데 카피에 힘이 없다든지 하는 경우엔 승부가 확실하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광고는 성공한 광고일 때가 많다. 보는 이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 양쪽 다 실력이 막강할 때 생긴다. 각각의 매력들이 충돌하는 역효과로 인해 광고 자체가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피라이터와 아트디렉터의 솜씨가 최대한 발휘되면서도 그 힘들이 상충되지 않고 상승작용을 하는 광고는 없을까? 일본 소니의 광고가 그 답을 준다.
몇 년 전 소니는 새로운 헤드폰을 시장에 내놓았다. 기존의 헤드폰은 머리에 쓰면 양쪽 소형스피커를 이어주는 플라스틱 밴드가 머리카락을 눌러 아침에 정성껏 단장하고 나온 헤어스타일이 망가졌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플라스틱 밴드를 목 뒤로 두르는 헤드폰, 아니 정확하게 말해 이어폰을 만들어낸 것이다. 때마침 제품 발매 시기가 연말연시인지라 소니는 제품광고는 물론 신년광고도 해야 했다.
우선 카피라이터의 해법을 살펴보자. 신년광고나 연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A Happy New Year’를 ‘A Happy New Ear’로 살짝 바꾸어 놓았다. 대단한 재치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아트디렉터의 해법 또한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 신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기모노 차림의 여성이 나오는데 머리에 온갖 장식의 ‘예술품’을 얹었다. 정성스럽게 완성한 헤어스타일이 망가지지 않기 위해선 소니의 이어폰을 끼고 다닐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시리즈로 나간 이 광고는 신년의 새로움, 적절한 그래픽 효과, 정확한 메시지 전달 등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카피와 그래픽의 절묘한 조화를 보고 있으면 ‘역시 소니답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박혜란 LG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