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제2 빅뱅' 신호탄…은행들 짝짓기 나설 가능성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19분


‘살아남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야 한다.’

국민-주택은행 합병 이후 신한 한미 하나 등 중위권 은행들이 생존 차원에서 대형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한-한미, 하나-제일은행 합병 움직임은 은행권에서 ‘제2의 빅뱅’이 시작된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석주(洪錫柱) 조흥은행장도 취임 후 “3, 4년 뒤 조흥은행이 홀로 살아남기는 어려운 만큼 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해 조흥 외환 서울은행 등 정부소유 은행들도 민영화 후 생존을 위한 짝 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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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한미銀 합병 임박

정부가 등을 떠미는 것이 아니라 은행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국민은행을 견제한다〓주택-국민을 합친 ‘국민은행’은 총 자산이 190조원, 지점 수는 1200개나 된다. 국민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예금금리를 대폭 내리는 등 시장을 주도해왔다. 다른 은행들은 국민은행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 소매금융시장에서는 대형화를 통한 원가절감과 고객확보, 판매채널 확충이 경쟁력 요인이 된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시장점유율이 40%여서 각 은행이 현재의 자산규모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하나-제일은행도 대주주간 의견차이로 협상이 지지부진했지만 합병원칙은 분명해 조만간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한미은행 협상의 쟁점〓신한지주는 한미은행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발행을 걱정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협상을 벌이기 위해서는 자산 부채 자본 등이 확정된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해야 하는데 추가증자가 이뤄지면 이 작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신한지주 최영휘 부사장은 “해외DR 발행으로 주당가치가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칼라일은 현재 금호타이어 인수작업에 주력하고 있어 신한지주와의 본격적인 가격협상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저 미룰 수도 없어 곧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신한은행은 대등합병보다는 흡수합병이 성공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한미은행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한 한미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높고 우량은행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 비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은행권 구조조정 진행상황
국민, 주택 국민은행(189조1000억원)으로 통합
한빛, 경남,광주한빛은행(100조원)으로 통합 예정
신한, 한미합병 추진(97조3000억원)
하나, 제일합병 추진 중(81조9000억원)
조흥지주회사 설립 후 은행인수 추진(60조2000억원)
외환지주회사 설립 시사(54조1400억원)
서울국내외 매각 추진(23조3700억원)
괄호 안은 합병성사시 2001년말 현재 총자산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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