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美 아시아계 기업이 뜬다”

  • 입력 2002년 2월 28일 18시 17분


대만계 미국인 데이비드 추
대만계 미국인 데이비드 추
《미국 재계에서 아시아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USA투데이는 27일 커버스토리를 통해 지난 20년간 미국 내 소수민족 가운데 아시아계의 경제적 성장이 눈부시다며 이들의 활약상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가 소유한 회사는 20년 전부터 매년 평균 17%씩 늘어났다. 미국 전체 회사 증가율의 배에 해당한다.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은 인구 1만명당 1561개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아시아계가 소유한 회사 수는 흑인과 히스패닉계에 이어 세 번째였지만 지금은 히스패닉계보다는 적지만 흑인보다는 더 많은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회사 규모면에서 보면 아시아계의 성장은 더욱 돋보인다. 회사의 연평균 수입 33만6200달러는 히스패닉(15만5200달러)과 흑인(8만6500달러)을 압도한다. 아시아인 가계 평균 수입도 5만5521달러로 백인을 포함해도 가장 높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80년대 베트남 라오스 중국 등에서 엄청난 수의 이민자가 몰려왔다. 여기에다 아시아 이민자들은 45%가량이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고학력자. 히스패닉 이민자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11%에 불과하다. USA투데이는 이처럼 높은 교육적 배경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인은 특정 분야를 집중 공략한다. 한국인은 아시아계 식료품점의 29%, 베트남인은 아시아계 손톱소제점과 세탁소의 37%, 중국인은 아시아계 음식점의 54%를 소유하고 있다. 인도인은 미국 전체 숙박업소의 절반이 넘는 1만7000개 이상의 호텔과 모텔 등을 소유하고 있다.

아시아 이민자들이 다른 지역 이민자보다 영어에 서툰 것도 적극적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계기가 됐다. 언어 장벽으로 취직이 벽에 부닥치자 차라리 회사를 세우자고 나섰다는 것.

아시아계는 이제 첨단산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몇 년 새 새로 설립된 회사 가운데 25%가량이 아시아인이 세운 것이다. 아시아인의 경제력 향상은 이들의 정치적 입지를 넓혀주고 있다. 1999년 중국인들이 압력을 행사해 로스앨러모스 국립원자력연구소에서 핵 관련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중국계 과학자 리원허 박사를 석방시킨 것은 아시아계의 높아진 위상을 말해준다.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속속 정계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계의 약진은 상대적으로 다른 소수민족의 쇠퇴를 가져와 다른 민족과 갈등도 빚고 있다. 9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인을 겨냥해 일어난 흑인 폭동이 단적인 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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