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류전문 소매점 추진배경]술판매 통제 과음문화 차단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8시 04분


정부가 주류전문 소매점 제도의 도입을 서두르기로 한 것은 누구나 쉽게 술을 사 마실 수 있는 환경 때문에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과음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류판매업소 현황(99년말 기준)
구 분업소 수(개)
도매업종합주류도매 1,168
특정주류도매 800
주류수출입 439
기타 380
소매업음식점385,167
일반 소매점129,391
기타 133
517,478

정부는 한국의 알코올 도수 20도 이상의 독주(毒酒)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청소년들이 술을 처음 마시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주류 소매판매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도입 배경〓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술의 소비와 유통에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며 음주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소비자와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다. 술을 마약과 비슷한 유해물질로 보고 있기 때문.

한국은 제조와 도매 단계의 관리는 그런 대로 이뤄지고 있지만 소매 단계는 거의 통제되지 않고 있다. 누구든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간단한 신고만 하면 술을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술을 일반 생필품처럼 슈퍼마켓이나 동네 구멍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이하 청보위)는 이 소매단계에서 주류판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음주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음주환경에 쉽게 노출되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보위는 시행 초기에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술만 판매하는 ‘전문형 주류소매점’과 술과 함께 잡화도 취급하는 ‘복합형 주류소매점’도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청보위는 27일 관계부처 회의에서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 일부 부처 관계자들은 “내년에 선거도 있는데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부와 국세청은 주류업체와 소매업계의 반발이 너무 커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반발〓주류전문 소매점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는 슈퍼마켓 편의점 등 전국 12만여개에 이르는 일반 소매점이다.

이들은 “술을 사는 소비자들은 안주거리도 함께 사간다”며 “술을 못 팔게 되면 매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반응이다.

주류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소매점에서 쉽게 술을 살 수 없게 되면 제조업체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

주류제조업체들의 사업자단체인 대한주류공업협회는 청보위가 지난해 말 주류전문 소매점 제도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을 때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데 이어 올해 초 공청회를 열어 반대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엔 제조업체들로부터 비용을 분담 받아 전문 홍보대행사를 선정, 정부 주장에 맞설 논리 개발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소매점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크다”며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주류전문 소매점 제도가 본격 추진될 경우 이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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