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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7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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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들이 즐겨쓰는 말이지만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원대연(元大淵·55·사진) 사장은 이 말을 기업경영에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라고 해서 책상 앞에 앉아 보고만 받고 의사결정을 했다가는 회사 곳곳에 구멍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게 지론. 그래서 모든 제일모직 매장 직원들은 싫든 좋든 사장의 얼굴을 자주 보게 된다.
4년간의 일간지 사회부기자 생활을 접고 73년 제일모직 수출부에 입사한 뒤 28년간 ‘패션맨’으로 활동해온 원 사장은 패션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중의 하나라고 자신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명품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낸다면 웬만한 첨단산업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패션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로 세제와 금융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단순한 섬유산업과 지식과 정보가 접목된 패션산업은 엄밀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 사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회사 구조조정을 총괄하면서 싸구려 브랜드는 모두 정리하고 빈폴, 갤럭시 등 고급 브랜드만 남겼다. 직원도 3850명에서 760명으로 줄이고 불필요한 부문을 모두 분사시켜 비용을 절감해 우량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한 것.
그 결과 제일모직 브랜드는 백화점 세일기간에도 할인 판매를 하지 않는 ‘노(NO)세일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잡게 됐다.
그의 ‘브랜드 가치 최우선 경영’은 골프의류 ‘아스트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내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한국산 골프의류라….’ 주변의 우려가 컸지만 제일모직은 최고 수준의 품질과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아스트라를 누구가 한 벌쯤 갖고 싶어하는 골프의류로 탄생시켰다.올해 미국 시장에서 올린 수출 실적만도 무려 1200만 달러에 달한다.
향후 목표에 대해 원 사장은 “중국의 상위 5% 이내의 상류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개발과 마케팅에 제일모직의 사운(社運)을 걸 생각”이라며 중국시장 공략에 대해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