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년 하반기 본격 회복"

  • 입력 2001년 12월 7일 18시 31분


한국은행이 7일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올해 추정치 2.8%보다 다소 높은 3.9%로 전망했다. 한은의 전망치는 이날 예측치를 상향조정한 한국개발연구원(KDI·3.6%)이나 기타 연구기관보다 낙관적이다.

소비 및 건설투자가 올 하반기의 호조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부터 수출과 설비투자도 점차 살아난다는 예측이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역시 미 경제 회복에 달렸다〓한은 전망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최근 미 제조업·서비스업 부문에서 잇따라 켜진 낙관적 신호들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가 금리인하 감세정책 등 효과로 내년 중반 회복세로 돌아서면 미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긴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온다는 것. 한은의 내년 분기별 성장률 전망치는 3.4%, 3.6%, 4.0%, 4.6%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은에 앞서 내년 경제전망치를 내놓았던 KDI와 한국경제연구원 등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성장률을 약간씩 상향시켰다. 강봉균 KDI 원장이 이날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주재로 열린 국책연구원장 오찬간담회에서 밝힌 내년 성장률도 10월25일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높은 3.6%.

정명창 한은 조사국장은 “경기흐름상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저점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혀 현재 바닥권인 국내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횡보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전한 불확실성〓연구기관들은 “단순한 전망치보다도 추세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불확실성이 큰 만큼 1% 안팎의 전망치 격차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경제흐름이 어떤 변수를 만나 꺾이느냐가 더 중요한 ‘경기해독법’이라는 것.

정 국장은 “아직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중동정세가 불안하고 미국 내 테러경계령도 해제되지 않은 ‘준(準)전시체제’”라고 지적하면서 “전망치는 금세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문가들이 꼽는 우리 경제 내 불확실성은 크게 △미국경제 회복시점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나라밖 요인과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등 내부적 요인으로 나뉜다. 내수분야는 정부의 재정투자 등으로 살아나고 있지만 민간투자는 이 같은 불확실성 탓에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엔 정치적 변수와 경기조절 능력이 중요〓한경연과 금융연구원 등은 내년 하반기에 얼어붙었던 수출과 민간투자가 풀리면서 경기가 과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반기에는 경기진작이 필요하지만 급격하게 회복세가 두드러지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물가상승이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것. 한은도 내년 하반기부터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하반기엔 대선이 예정돼 있어 정부가 긴축정책으로 경기운용 패턴을 선회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 정한영 연구위원은 “88올림픽 이후 경기조절에 실패,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던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래정·홍찬선·이명재기자>ecopark@donga.com

연구기관별 경제전망과 주요변수들 (단위:%)
연구기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금융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삼 성L G
성장률3.93.63.63.63(낙관)∼
5(비관)
3.5
내년
중요변수
·미 경제회복
·금융시장 안정
·미경기회복
·환율 움직임
·민간소비 움직임
·세계경기 회복여부
·미 경제회복
·국내 정치일정
·세계경기회복 및 수출 회복
·내수 견조한 상승세 유지여부
·미경기회복 여부
·기업투자 여건 호전
필요한
대책
-정부의 신축적인 통화(금리)정책하반기 신축적인 재정정책하반기 신축적인 경기조절책상반기까지 재정확대와 저금리 유지적극적 재정 정책
주:한국경제연구원 전망치는 잠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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