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신평,무디스에 매각추진…1500만달러 수준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28분


국내 최고 권위의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이달 중에 1500만달러 수준에서 무디스에 매각될 전망이다.

한신평의 모기업인 한국신용평가정보의 고위 관계자는 6일 “한신평의 지분 ‘40만주(지분 40%)+1주’를 1500만달러 정도에 무디스에 파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간의 의견차는 있지만 빠르면 내주 중에 무디스의 실사를 끝내고 지분매각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는 98년 합작 때 한신평의 지분 10%를 보유, 이번에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 ‘50%지분+1주’의 최대주주가 된다. 한신평정보와 무디스는 향후 3년간 한신평을 공동경영할 예정.

무디스가 한신평을 경영하면 신용평가 때 국제기준을 적용하게 돼 국내기업들은 물론 다른 신용평가회사들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무디스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평가하면 국내기업의 신용등급이 지금보다 평균 2∼4등급 떨어지게 되고 다른 평가회사도 이를 잣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기업의 투명성은 올라가겠지만 일부 기업은 등급 하락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무디스가 부여하는 신용등급이 외국인 투자의 척도가 돼 기업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번 한신평의 매각은 3월 신용평가업이 지정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된 데 따른 것. 정부는 신용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를 이유로 대규모 기업집단이나 금융기관 등은 신용평가회사 또는 그 최대주주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했다. 한신평정보의 대주주로 키움닷컴증권을 갖고 있는 다우그룹(29.97%)과 LG투자증권(12.47%)이 한신평정보의 지분을 팔 의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한신평정보가 한신평의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게 된 것.

무디스는 98년 합작 때 올해 말까지 지분 15%, 2003년말까지 24%를 추가로 사들여 한신평 지분을 49%로 올리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으나 관련법 개정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8월부터 시작된 한신평 매각협상의 남은 과제는 무디스가 한신평정보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해 주느냐 여부. 한신평정보는 신용평가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한신평이 국내 처음으로 영업을 하면서 기틀을 다지고 현재의 기업 이미지를 쌓는데 들인 공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송태준(宋泰俊) 한신평정보 사장과 유혁근(柳赫根) 한신평 사장이 11월15일 미국으로 건너가 존 러더퍼드 무디스 회장과 담판을 벌인 끝에 인수가(주당 2만9700원) 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거의 결론이 났다.

<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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