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삼성캐피탈 제진훈 사장…'아하론 대출'로 최고히트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9시 01분


경영학과 졸업, 제일모직 입사, 관리 기획 재무 인사분야에서 27년간 재직….

삼성캐피탈 제진훈(諸振勳·54·사진) 사장의 이력에는 ‘관리의 삼성’의 이미지가 짙게 배어난다.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삼성캐피탈의 공격적인 마케팅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동차할부 금융이 주력사업이었던 캐피탈의 업태를 위험이 따르는 신용대출 위주로 바꾼 주인공이 제 사장이란 점도 언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99년 제 사장이 삼성물산에서 삼성캐피탈로 배를 바꿔 탄 이후 이 회사의 실적은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99년 2조4000억원대의 대출실적이 올해엔 10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자기자본수익률도 6.7%에서 6배나 높은 36%대로 올라갔다. 유명 대기업도 망설이는 해외채권 발행도 뉴욕과 도쿄에서 연이어 성사시켰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급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 98년 삼성자동차 빅딜 발표로 자동차 할부금융 분야에서 퇴출위기까지 맞았던 회사가 어떻게 짧은 순간에 환골탈태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의 단서는 제 사장의 신입 사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 사장은 제일모직 경리과에 입사한 이듬해인 74년 우연찮게 컴퓨터업체인 미국 IBM 본사에서 전산교육을 받을 기회를 잡았다. 주산에 익숙한 경리과 고참들이 너도 나도 교육을 기피하는 바람에 말단인 제 사장이 그 당시로는 생소한 컴퓨터와 만날 기회를 잡은 것.

이후 삼성그룹 주력사의 관리분야를 섭렵하면서 업무 전산화에 매달려온 제사장은 캐피탈 CEO로 취임한 직후 한달 동안 220개의 인터넷 도메인을 제안했다. 인터넷 금융의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꿰뚫어본 것. 현재 삼성캐피탈이 공식 등록한 도메인은 280개에 이른다.

제 사장의 최고 히트작은 단연 ‘아하론 대출’이다. 다양한 대출상품을 ‘아하’라는 브랜드로 통합해 고객의 관심을 끌면서 실적이 크게 늘었다. “이용의 편리성과 빠른 스피드에 고객들이 만족한 것 같다”는 게 제 사장이 털어놓은 성공비결. 제 사장의 스피드경영은 2001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선정한 ‘2001년 인터넷 e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하면서 입증됐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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