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건회계법인 못 믿겠다"…딜로이트 제휴관계 청산

  • 입력 2001년 11월 8일 23시 45분


세계 5대 다국적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 투시 토마츠가 한국 회원사인 안건회계법인과 제휴관계를 청산한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8일 “딜로이트측이 최근 안건회계법인에 제휴관계를 청산하겠다고 통보, 양측이 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건회계법인이 분식 회계와 관련 수차례 검찰조사 및 법적 분쟁에 연루되자 딜로이트측이 ‘한국의 회원사 때문에 신뢰성에 상처를 입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딜로이트측은 젊은 공인회계사들이 중심이 돼 설립할 예정인 ‘하나회계법인’과 제휴관계를 맺을 예정”이라며 “하나회계법인은 이미 재정경제부에 법인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국내 5대 회계법인(공인회계사 428명) 중 하나이며 고객회사가 2000여개사에 이르는 안건회계법인은 75년 딜로이트사의 회원사로 가입했다. 딜로이트는 전세계 130여개국에 720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는 다국적 회계법인이다.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기업은 감사보고서에 대한 다국적 회계법인의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건측은 딜로이트와의 결별로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건회계법인은 동아건설과 대우자동차 등의 회계를 맡았다가 검찰조사 및 법적분쟁에 시달려왔다. 대우그룹 계열사의 회계를 맡았던 업계 3위 산동회계법인은 부실감사의 충격으로 작년 11월 문을 닫았으며 역시 대우전자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세동은 안진회계법인과 합병됐다.

세계 5대 법인은 현재 △삼일(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 △안진(아서 앤더슨) △영화(언스트 앤드 영) △삼정(KPMG)회계법인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다국적 회계법인들은 국내 제휴선들이 기업들의 분식회계를 찾아내지 못해 투자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각종 조사에 시달리는 것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노출해왔다.

금융감독원은 “회계법인의 부실감사는 특정 회계법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관행이었다”며 “세계의 투자가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금시장의 1차 보안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회계법인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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