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건희회장 "골프 쳐보고 임원 평가하라"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54분


반도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임원들은 요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69년 회사 창립후 3번째로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순이익은 지난해(6조145억원)의 절반도 안되는 3조원 이하로 전망되기 때문. 특히 올들어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보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발빠른 행보를 보여 특히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임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런 정황 때문에 그룹 안팎에선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선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후계구도를 위한 인사를 연내에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 상무보는 요즘 부친인 이 회장이 연초에 지시한 ‘3가지 숙제’를 챙기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상무보는 우선 연초부터 꾸준히 주말에 삼성전자 임원들과 번갈아 골프를 치면서 임원들 한사람 한사람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 18홀을 돌면서 골퍼들의 특징을 꼼꼼히 챙기는 것.

두 번째 숙제는 삼성전자 해외법인을 다 돌아보는 것. 그는 최근에도 해외에 흩어져 있는 현지법인을 돌면서 ‘현장 학습’에 힘을 쏟았다.

삼성전자 임원들에 대한 종합적인 개인 인물평가를 할 정도로 세세하게 파악을 하는 것이 마지막 과제다. 각 임원들의 업무능력은 물론 성격과 리더십등 전반적 측면에서 ‘학점’을 매기는 작업이다.

이 상무보는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부친이 내린 이 세가지 숙제를 모두 마무리지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연말로 예정된 임원 인사에서 실적이 부진한 회사와 그룹 감사에서 문제가 된 회사를 중심으로 문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상무보가 열심히 하고 있는 숙제가 이번 인사에 상당부분 반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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