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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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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행사가 시작되면 인기 제품이 품절될까봐 백화점 문을 열기 전부터 수천명이 줄서 있다가 달려들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이는 선진국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에서만의 모습.
예전에는 창립기념일 등 1년에 1, 2회 사은품 행사가 있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포당 1년에 10번 가까이 하게 됐다. 백화점의 판촉 경쟁과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가 맞아떨어진 독특한 현상이다.
▽시대에 따른 변천〓1936년 동아일보에 실린 화신연쇄점 광고에는 ‘1원어치 사면 황소 한 마리’라는 내용이 있었다. 1950년대에는 새나라자동차, 60년대는 피아노, 전축 등이 경품으로 나왔으며 90년대에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공정거래 규정이 추가돼 100만원을 넘길 수 없게 됐다. 사은품도 1980년에는 5000원 이상 구매자에게 당시 50원 하던 껌 1통과 소시지, 때밀이수건 등을 주었다가 최근엔 핸즈프리 AB슬라이드 등으로 다양해졌다.
현재 15만∼20만원 이상 구매자에게 주는 사은품의 원가는 1만원 내외. 인기품목인 기내 가방이나 테팔 프라이팬은 소비자가 낱개로 살 때는 3만∼5만원이지만 백화점 납품가는 1만원 정도다. 제조업체로서는 대량구매에다 매장관리 등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싸게 줄 수 있는 것.
▽사은품의 효과〓사은행사를 하면 백화점 매출액이 30∼50% 늘어난다. 그만큼 백화점의 이익도 늘어나는 셈. 그러나 비용도 늘어나 대형업체의 경우 본전치기가 되고 중소업체는 적자를 보는 일이 많다. 결국 백화점 수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단골 손님의 이탈을 막기 위해 너도나도 사은행사를 하고 있다.
사은행사는 백화점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물량공세다. 대형 유통업체는 수만개씩 다량구매를 하므로 상대적 비용이 적고 경영부담도 미미한 데 반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한 중소업체들은 적자를 보기 마련.
고려대 김상용(金商湧·경영학) 교수는 “소비자는 단기적으로 덤을 받아서 좋지만 백화점 경영에 부담을 주어 장기적으로는 서비스나 품질 고급화 등 다른 측면의 손해를 보게 된다”면서 “결국 공짜는 없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 주요 백화점들의 사은품과 경품 | |||
| 구분 | 롯데 (21일까지수도권 9개점) | 현대(21일까지 수도권 6개점) | 신세계(21일까지 수도권 5개점) |
| 사은품 | 여행용 가방, 프라이팬, 드라이기 등(15만원 이상 구매, DM쿠폰 지닌롯데카드고객) | 담요, 법랑냄비, 면기세트 등(20만원 이상구매, DM 지닌 현대카드 고객, 부평점은 15만원 이상) | 프랑스산믹싱볼세트, 일본산자기세트, 전골냄비, 테팔열센서프라이팬등(20만원 이상 구매자) |
| 경품(100% 당첨 스크래치 복권식) | 다이아몬드 루비 펜던트, DVD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김치냉장고, 티슈 등(30만원 이상 구매자) | (서울 미아점만)삼성29인치평면TV, LG세탁기, 삼성VTR, 10만원 상품권, 티슈 등(10만원 이상 구매자) | 100만원 상품권, 김치냉장고, 다리미, 도브세트, 곽티슈 등(20만원 이상 구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