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퇴출시대-상]시장 신뢰회복…투자자 돌아올듯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53분


그동안 코스닥시장은 부실기업과 작전세력으로 ‘투기판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장이 문을 연 지 4년 만에 등록기업이 660개까지 늘어나고 거래도 활발해지면서 외형적으로는 급성장했지만 부실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아 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떨어뜨려 질적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기업은 실적 개선에 힘을 쏟고 투자자들은 기업이 발표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신뢰가 형성된 미국 나스닥시장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 전문가들은 나스닥시장의 경우 주가와 시가총액, 순이익 등에 관한 까다로운 퇴출시스템을 운용해 매년 전체 상장기업의 15% 이상(700∼900개)을 퇴출시키고 있는 것이 시장의 질 유지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고작 매년 30여개의 기업만 등록이 취소돼 퇴출제도가 유명무실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 코스닥위원회가 마련한 ‘코스닥시장 퇴출요건 강화 방안’(본보 10일자 A1면, B2면 참조)은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그동안 코스닥시장의 퇴출요건이 과도한 유예기간 등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에 퇴출요건을 강화키로 하고 현재 정부와 협의해 최종안을 만들고 있다”며 “기업의 부실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상시적으로 퇴출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대 경영학과 황선웅 교수는 “회계감사와 공시에 대한 감시기능이 강화되고 부실기업의 퇴출이 자유롭게 되면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그동안 코스닥시장을 외면해 왔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내년부터 등록 취소 기업이 늘어날 경우 그간 악화돼 왔던 코스닥시장의 수급여건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오성진 차장은 “코스닥시장은 그간 퇴출기업에 비해 신규등록 기업이 몇 배나 많아 기존 종목들이 소외되고 신규등록 종목도 예전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 등 수급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돼 왔다”며 “실적이 좋은 기업들은 이번 조치로 각광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정회계법인 김기환 회계사는 “회계 감사요건이 강화되면 감사인의 책임도 그만큼 무거워지기 때문에 부실 적발을 위한 노력이 거세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부실이 공개돼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회계 투명성을 높여 기업실적이 주식투자의 절대적 기준으로 자리잡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적정 등의 감사의견을 받으면 해당 기업이 곧바로 퇴출되므로 회계법인이 이 같은 의견을 내는 데 부담을 가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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