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기업 '퇴출공포'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53분


△최종부도처리 즉시 등록폐지…1년 유예기간 없애기로

앞으로 코스닥 등록기업이 최종 부도처리되면 유예기간 없이 일정기간 정리매매 기간만 주고 바로 등록폐지된다. 또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법인으로부터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 등의 감사의견을 한번만 받아도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재정경제부는 코스닥위원회와 증권연구원 등과 협의해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코스닥시장 퇴출기준 강화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7일 밝혔다.

임종룡(任鐘龍)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지금까지 최종 부도처리된 코스닥 등록기업이 회생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코스닥시장의 투기행태를 없애고 투자자 혼란을 막기 위해 이런 기업들은 조기퇴출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코스닥 퇴출강화방안 조치를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며 이미 부도난 기업이나 감사의견을 받은 회사에 대해서는 소급적용하지는 않기로 했다. 현행 협회중개시장 운영규정은 코스닥 등록기업이 부도를 냈을 경우 6개월 안에 자구계획을 제출한다는 전제로 1년간 퇴출을 미루고 있다. 또 코스닥기업이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2번 연속 받았을 경우에 등록이 폐지된다.

재경부는 또 코스닥 퇴출사유 가운데 △재무구조 악화 △거래 부진 △주식분산 미흡 등의 경우에도 현행 제도가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어 이번에 기준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지금보다 코스닥 등록폐지 기업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최종부도와 주식분산기준 미달, 자본전액 잠식 등의 사유로 33개의 코스닥기업이 등록폐지됐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대부분 코스닥기업이고 진입장벽이 거래소 시장보다 낮아 투자위험이 높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시장의 경우 부도난 기업이 관리종목에 편입돼 매매가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퇴출기준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액면가 미만 종목 내년부터 솎아내기…해당기업 '전전긍긍'

코스닥기업의 퇴출기준이 내년부터 강화되면서 상당 기간 동안 액면가 미만으로 거래돼 온 기업들이 ‘퇴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주가가 액면가 밑으로 일정기간 거래되는 기업의 퇴출도 고려하고 있으며 조만간 세부 퇴출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적개선 등의 변수가 퇴출기준에 복합 적용된다면 모르겠지만 일정기간 액면가 미만의 기업이 자동퇴출되는 형태로 간다면 상당수 기업은 철퇴를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현재 코스닥 등록사 중 5일 종가기준으로 주가가 액면가 미만인 종목은 모두 58개. 이중 24개사는 4월 이후 6개월 동안 액면가인 5000원 밑에서 거래돼 왔다.

그 중에서도 국제종건 서한 쌍용건설 신원종합개발 등 4개사는 주가가 액면가의 20% 수준인 1000원을 밑돌고 있어 내년부터 퇴출 기준이 적용된다면 가장 먼저 퇴출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다. 한솔신금 아시아나항공 웰컴기술금융 신보캐피탈 옵셔널벤처스 조흥캐피탈 주은리스 아이즈비전 제은금고 등 9개사도 1000원대 주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로통신 동국산업 동원개발 그랜드백화점 경남리스 한솔창투 대백신금 등 7개사는 액면가의 절반인 2500원에 미달하는 상태.

문제는 이들 기업이 쓸 수 있는 주가관리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주가 띄우기에 효험이 있는 자사주 매입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형편이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고 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가를 액면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난감해했다.

머니게임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예전 같으면 부실기업을 인수하려는 인수합병(M&A)나 인수후개발(A&D) 세력의 ‘입질’과 함께 머니게임이 벌어져 주가가 크게 오를 수도 있었지만 퇴출이 거론되기 시작하면 M&A시장의 매물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액면가 미만 기업의 퇴출은 M&A와 A&D시장도 위축시킬 전망이다. M&A사모펀드를 운영하는 S투자자문회사의 한 임원은 “본격적으로 퇴출이 시작되면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돼 M&A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살아남은 기업은 가격이 올라 인수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6개월 이상 액면가 미만 종목
6개월 평균 주가종 목
1000원 미만국제종건 서한 쌍용건설 신원종합개발
1000∼2000원한솔신금 아시아나항공 웰컴기술금융신보캐피탈 옵셔널벤처스 조흥캐피탈 주은리스 아이즈비전 제은금고
2000∼2500원하나로통신 그랜드백화점 동원개발동국산업 경남리스 한솔창투 대백신금
액면가를 5000원 기준으로 환산했음.(자료:코스닥증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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