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로펌들 전직 경제관료 모시기

입력 2001-10-05 18:36수정 2009-09-19 05:5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장, 태평양, 세종 등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이 중진 경제학자와 전직 고위 경제관료 등 이코노미스트를 영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로펌에 이코노미스트가 일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과거엔 드문 일이었다.

새 추세에 대해 재계,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괜찮다’는 반응이다. 정치논리나 상황논리에 따라 시행된 무리한 경제정책들이 이들의 전문성 덕에 법정에서 걸러지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 그러나 정부 부처 일각에서는 떨떠름한 반응도 나온다. 로펌에 몸담은 관료 출신 선배들이 ‘안면’으로 접근해 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

▽이코노미스트들의 변신〓이코노미스트 영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김&장. 양수길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대기업 정책 전문가인 신광식 한국개발연구원(KDI) 전 연구위원, 박훤구 전 노동경제연구원장 등 정부출연 연구소에서 활동했던 경제학자들과 구본영 전 과학기술부 장관, 한택수 전 재무부 국장, 이윤재 전 경제기획원 국장, 백만기 전 특허청 국장 등 전직 고위 관료들이 고문단에 포진해 있다.

태평양은 이건춘 전 건설교통부 장관, 김영섭 전 대통령 경제수석, 추준석 전 중기청장, 김수동 전 특허청장 등을 영입했다. 9월초 공정위를 떠난 서승일 전 상임위원도 합류할 예정.

세종은 ‘시장경제연구원’이라는 부설 연구기관을 세워 김인호 전 대통령 경제수석, 백원구 전 증권감독원장,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 신무성 공정거래위원회 전 상임위원을 영입했다. 산업조직 분야 전문가인 이규억 아주대 교수(전 KDI 연구위원)도 자문을 해주고 있다. 김용 전 공정위 상임위원은 우방에서 일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공정거래협회장으로 이동할 예정. 이정재 전 재경원 차관은 율촌에 영입됐다.

▽영입 이유〓로펌에서는 “공정거래, 대기업 정책, 기업구조조정 등 핵심 경제정책들이 법정다툼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고 외국 기업에 컨설팅할 때 전문 경제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이코노미스트들의 자문이 절실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의 로펌 진출은 기업들의 대(對)정부관 변화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기업들은 정부가 법적 정당성을 넘어선 경제정책을 집행하더라도 ‘괘씸죄’에 걸려들까봐 정부를 상대로 제소하기를 꺼렸다. 신광식 박사는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수백여명의 이코노미스트가 근무중이고 이에 맞서기 위해 로펌도 많은 수의 이코노미스트를 고용하고 있다”며 “무리한 경제정책이 법정에서 걸러질수록 한국 경제정책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최영해기자>ey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