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對美수출 먹구름" 재계 초비상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51분


미국의 테러사건으로 미국 경제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지자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비상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기업들은 긴급 대책기구를 구성해 현지 주재원들의 안전 확보 방안과 함께 유가 및 환율과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가늠하려 애쓰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중동국가 등 ‘분쟁지역’에 대한 출장 연기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재계는 가뜩이나 국내외 경기 침체로 고전중인 기업들의 수익성이 이번 사태 때문에 더 나빠져 내년도 경영 전략을 초긴축 기조로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12일 오전 이수빈(李洙彬) 삼성생명 회장 주재로 정례 사장단 회의를 열었지만 워낙 엄청난 사태라는 점을 감안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각 계열사들이 현지 실정에 맞춰 마련토록 했다.

삼성은 미국 뉴욕의 미주본사와 수시로 연락해 그룹 차원의 중장기 대응책을 수립키로 하는 한편 당분간 중동지역 등 테러 위험 국가에 대한 출장을 자제토록 계열사에 권고했다.

LG는 미국 금융시스템이 정상 가동돼 대금 결제 및 이체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현지 법인과 지사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평소대로 업무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LG는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 수출품의 통관 심사가 강화돼 제품 인도 시기가 늦어질 것에 대비해 캐나다 멕시코 등 미국과 가까운 지역에 예비 물품을 확보하는 등 물류 현황을 점검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소비 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출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고 채권단 회의를 앞두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의 지원 방안과 자구노력에 자칫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한화 동부 등 중견 그룹들도 현지 법인의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안도하면서 대미(對美)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경련은 이날 특별대책팀을 구성해 수출과 환율문제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민간 차원의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각종 수출 상담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태가 잇달았다.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1∼13일 개최할 예정이던 ‘통신기기 전시전’이 취소됐다. 또 부품 수입을 위해 부산 모터쇼에 참가하려던 멕시코의 바이어들도 미국 경유 항공노선이 폐쇄됨에 따라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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