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임금체불 사상 최악…일부지역 외환위기때보다 많아

  • 입력 2001년 9월 6일 07시 03분


`피땀흘려 번 돈인데...', `제삿상은 뭘로 차리나...'

계속되는 경기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의 임금체불 규모가 사상 최악의 상태에 달해 추석을 앞둔 근로자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올해 체불임금이 지난해의 3-4배에 이르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많아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대구.경북- 지난해 300억에서 올해 978억

올들어 8월말 현재 대구.경북지역에서는 230개 사업장 소속 근로자 2만1천20명의 임금과 상여금 등 978억2천600여만원이 미청산 상태로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이 지역 체불임금이 238개 사업장에 걸쳐 300억5천400여만원(1만1천94명)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할 때 금액으로는 무려 226% 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형 사업장들 가운데 한국델파이, 우방, 청구 등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있는 사업장들이 늘고 있어 전체 체임 발생 사업장 수는 지난해에 비해 줄었으나 피해근로자와 금액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체불임금이 늘어나면서 대구지방노동청에 법적 구제를 요청하는 사례도 다소증가, 지난해 8월말 현재 2천290건이던 고소.고발 건수가 올해는 같은 기간 2천553건으로 늘어났다.

노동청 관계자는 "올들어 이 지역에서는 예년과는 달리 대형 사업장들을 중심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경기 전망까지 어두워 근로자들이 어느때보다도 우울한 추석을 맞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경기.인천- 경인지방노동청 개청 이후 최악

경기.인천지역 업체들의 체불임금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났다.

경인지방노동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경기.인천지역 체불임금은 3천903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 953억원보다 2천950억원이 증가했다.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한 업체도 590곳으로 작년(462곳)에 비해 27.7%가 늘었다.

이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체불임금이 가장 많았던 지난 99년말 보다 876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경인지방노동청 개청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도 5만5천429명으로, 작년(2만8천342명)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체불임금의 급증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속에 대우자동차 처리문제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청은 임금관리대상에서 제외된 5인 이하 개인사업장과 신고되지 않은 5인이상 체불사업장까지 포함할 경우 1천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20만여명의 근로자들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인지방노동청 관계자는 "현재 체불액 중 70∼80%가 청산절차를 거치고 있으나사업장의 자금사정이 안좋아 악성체불 임금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 지난해보다 54.2% 늘어

광주.전남지역의 체불임금은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143개 업체, 61억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9억6천만원에 비해 54.2%나 증가했다.

체불내역은 임금 48억9천만원, 퇴직금 9억4천100만원, 기타 2억7천700만원으로나타났다.

체불임금이 급증한 것은 올들어 대의산업과 신원산업, 대한철강 등 대규모 체불사업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체임과 관련한 진정이나 고소.고발 건수도 2천231건이나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1천967건)에 비해 13.4% 늘었다.

광주지방노동청 관계자는 "올들어 대형 사업장의 체불로 인해 전체 체임액수가크게 늘었다"며 "추석 전에 체임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경남- 실업률 전국최고 부산 부실기업 정리돼 줄어

전국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지역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미 부실기업들이 거의 정리돼 지난해보다 체불규모가 줄어드는 기현상을 보였다.

부산지역의 임금체불 업체와 금액은 69개, 31억9천700만원으로 지난해 94개,82억9천500만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편이다.

부산지방노동청은 전국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부산은 IMF사태 이후 부실기업은 거의 정리됐고 영세업체에서 임금체불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남도는 모두 61개 업체 1천538명의 임금 및 퇴직금 66억6천500만원이 체불돼지난해 같은 기간 52억1천700만원에 비해 27.8%가 증가했다.

특히 체불 업체 가운데 밀양 N요업이 임금과 퇴직금 7억2천만원, 거창 N자동차가 6억2천500만원을 체불하는 등 1억원 이상 체불업체가 11개나 됐다.

노동사무소측은 "조기청산을 독려하고 도산사업장에 대해서는 신속히 법적조치를 강구하겠다"며 "특히 건설업체는 발주처.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 지급시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 사항을 반드시 확인토록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난해보다 40% 가까이 증가

대전지역 체불임금은 91억7천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억3천900만원에비해 38.1%나 급증했다.

미청산 체불 사업장, 근로자 수도 각각 98곳에 1천898명으로 지난해 이맘때 63곳, 1천291명에 비해 55.5%, 47.0%씩 각각 증가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억눌려왔던 임금인상 요구가 표출되고 있는데다 지속된 경기침체와 일부 대형 사업장에서의 체불 임금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대전지방노동청은 오는 10일부터 30일까지 `체불 임금 청산 특별 지도 기간'으로 정하고 임금 체불이 우려되는 취약 업체 등을 대상으로 청산 및 예방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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