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고강도 구조조정 착수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13분


현대상선이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현대상선은 이를 위해 곧 외국계 금융기관을 재정주간사회사(financial advisor)로 선정키로 했다. 김충식 현대상선 사장은 17일 “재무구조개선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준비중”이라며 “채권은행과 협의해 구조조정의 최종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채권은행은 현대상선의 유동성위기를 막기 위해 고강도 자구 노력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유가증권 평가손과 환차손 등이 누적돼 재무구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은행들은 “유동성 위기 재발시 대주주 지분 처분 및 경영진 교체를 약속하는 확약서를 이달 말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할 태세다. 이 조건을 거절하면 현대상선은 산업은행 회사채신속인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재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현대상선이 앞으로 이 역할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은 “올해 영업이익은 6700억원이며 지급이자 규모는 6000억원 수준이어서 채권단에서 우려하는 유동성 위기설은 기우일 뿐”이라며 “환율이 달러당 1300원선에서 안정되고 있어 환율 관련 손실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조만간 신뢰성 높은 해외금융기관을 채무조정 담당 재정주간사회사로 선정해 유동성 우려를 말끔히 씻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초강수〓정부는 공적자금을 방만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회사채신속인수의 전제조건을 대폭 강화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만큼 회사도 성의를 보이라는 주문이다. 산업은행은 이미 현대상선 회사채 1320억원을 인수했고 하반기에 4978억원을 인수할 예정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회사채신속인수 지원을 받으려면 보유재산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하고 나서 채권단에 채무조정을 포함한 자금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이에 대해 “굴욕적인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사채신속인수 지원을 받아야 할 상황은 아니다”며 신속인수 지원을 거절할 수 있다는 태도다.

▽현대상선의 상황〓현대상선은 작년에 3105억원의 손실을 냈고 올 1·4분기에도 736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이익은 계속 내고 있지만 3월 말 현재 6조7213억원에 이르는 과도한 부채가 문제다. 게다가 6월말 결산에서는 하이닉스반도체 보유주식 해외매각으로 인한 약 35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대한 여신도 대부분 무담보여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회수에 들어갔다”며 “그러나 아직 현대상선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영업외 부문에서 타격이 커 부채 총액은 늘어났지만 가장 중요한 ‘현금 흐름’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 역할 계속할까〓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장모(김문희씨)가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을 지배하고, 다시 현대상선을 통해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그림 참조). 만약 현대상선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와 정 회장이 주식처분 위임장을 채권단에 제출할 경우 현대상선을 통한 그룹 지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영업이익만으로는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없어 계열사 주식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측은 “자구 노력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계열사 주식매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한편 현대건설 소액주주가 감자를 막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 기각돼 18일 주주총회에서 감자안건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또 하이닉스반도체의 1조8000억원의 외자유치와 6월 말 계열 분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등의 매각 손실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중이지만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동원·김두영·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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