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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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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쯤 되자 60여석의 강의실은 얼추 차고 민충기(閔忠基·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빔프로젝터를 켠 뒤 강의를 시작했다. “OK, Today’s Subject Is….” 앗, 유창한 영어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학생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여 가며 뭔가를 적어넣기 시작한다. 한참 설명한 뒤 ”Any Question?”이라는 민교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 손들고 역시 유창한 영어 질문이 난무했다. 학생끼리 잡담하는데도 영어만 쓴다.
여기는 바로 세종대와 시러큐스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MBA’ 수업이 펼쳐지고 있는 현장이다. 삼성SDI SK텔레콤 LG텔레콤 한국통신 데이콤 제일은행 두산 현대전자 대림산업 퓨리나 필립모리스 무역협회 등 아주 다양한 기업에 적을 둔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수업을 받고있다.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오래하다보면 공부와는 담쌓기 마련이죠. 회원사들 가운데 한국시장에서 차가 안팔린다고 하는데 20, 30년전에 배운 감만으로 대응하기에는 힘들더라고요.” 수입자동차협회 윤대성전무(49)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첫 강의가 시작됐을 때는 미분적분 등 수학을 고 3 딸에게서 배워야할 만큼 힘들었으나 지금은 수업시간에 ‘열성학생’으로 통할 만큼 질문과 의견개진이 활발하다.
또 하나의 ‘흰머리 학생’ 서영길(徐榮吉·56)SK C&C 부사장도 대단히 열심이다. 그는 정보통신부 관료였다가 98년에 퇴직했다. 한 대학의 시간강사도 했고 한국능률협회에서 경영지도사로서 지내다가 올해 SK에 들어갔다.
“새로 기업 경영에 참여하다보니 자질이 참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강의는 경제학도를 위한 게 아니라 관리자를 위한 경영학입니다. 또 영어커뮤니케이션 시간도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 리포트 작성 요령 등 사업상 필요한 ‘살아있는’ 영어강의가 진행되죠.”
국세청 사무관을 지내다 사법시험에도 합격해 현재 사법연수원생인 정종채씨(28)는 커뮤니케이션시간이 되자 방방 날아다닌다. “국제 금융에 관심이 많은데요 앞으로 법조계에서 일할지 금융계에서 일할지 결정을 못했어요. 거의 미국식으로 수업이 진행돼서 좋고요, 학생들 대부분이 일선 실무자들이라 역동적이어서 좋습니다.”
미국인 브래들리(32·학원강사)는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사람과 결혼까지 했다. “다시 미국에 돌아가면 일자리를 잡기가 쉬울 것 같아서요.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기업들이 한국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추세잖아요.”
충남대 영어강사로서 매주말마다 대전에서 올라오는 쌍둥이형제 티모시와 폴, 대우차의 폴란드 합작공장 DW―FSO의 한국파견 직원 다니엘 토마스, SFS스포츠 직원 헝가리인 라즐로 발라즈 등 외국인들의 경력도 참 다양하다.
올해 처음 개설된 글로벌MBA 과정에는 현재 53명이 등록했으며 이 가운데 외국국적자는 16명, 여성은 10명이다. 화요일 금요일은 오후 6시30분부터, 토요일은 오후 2시부터 강의가 시작된다.
“학생들 수준은 거의 최고급입니다. 수업만이 아니라 학교안의 생활이 모두 영어로 진행되므로 유학간 것 못지 않지요. 하반기부터는 시러큐스대학의 교수진도 파견될 거고요. 내년부터는 학생수를 늘릴 예정이니 많이들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전성철 세계경영대학원장의 말이다. 02―3408―3496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