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웨인 첨리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사장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34분


“한때 한국에서는 외제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상사가 한국산 자동차를 타는 데 부하 직원이 외제차를 타는 것은 지금도 상상하기 어렵지요. 이런 오래된 사회적 분위기가 외국산 자동차가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1%도 차지하지 못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웨인 첨리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47·사진)은 한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자동차업체의 고충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자동차업체에게는 미국이 큰 시장인데 미국산 자동차는 한국에서 한해 1000대도 채 안 팔리는 현실을 미국 국민들이 어떻게 볼 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수입자동차업체들의 모터쇼에 한국 총리가 참석해 격려를 한 것처럼 분위기상으로나 법적 제도적으로 외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을 없애려는 노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첨리 사장은 이같은 변화를 바탕으로 자동차 판매량을 지난해 705대에서 올해는 120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한국경제가 다소 침체되어 있지만 ‘생활에서 남과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내놓은 다목적 소형 미니밴 PT크루저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 크루저를 만나면 디자인과 첫 인상이 다른 자동차와 확연히 구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첨리사장은 지난해에는 한국에 판매를 할당받은 댓수가 부족해 추가로 주문한 경험도 있어 올해 판매 목표량은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96년 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으로 임명돼 일본에서 2년반 근무하다 한국에 온 첨리사장은 지난해 4월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병되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으로 직함을 바꾸었다. 올해로 6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첨리 사장은 현지화된 대표적인 외국기업 경영자중 한명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새 전시장을 열 때마다 지내는 고사. 항상 고사장 돼지머리에 절을 하고 만원권을 꼽는다. “복을 가져온다는데 마다할 것 없지 않나요”. 돼지 머리에 절하는 이유에 대한 첨리 사장의 설명이다. 사원들과 회식할 때는 소주와 부대찌개가 단골메뉴로 꼽힌다.

IMF 전후를 지켜본 그는 일에 대한 한국인의 열성이나 근면성 등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첨리사장은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한국은 한 마디로 흥미롭다”며 “한국생활을 더없이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