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금고 2588억 불법대출…고객이름 도용 거액 빼내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37분


지난해 12월 영업정지된 동아금고가 최대주주인 김동원(金東元·64)회장에게 2588억원을 불법 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8일 “김회장이 주식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동아금고에서 95년부터 307차례에 걸쳐 차명으로 2588억원을 불법 대출 받아 그 중 2531억원을 갚지 못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비은행검사국 김중회(金重會)국장은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하락하면서 고객 윤모씨 등 64명의 이름을 이용해 돈을 빼내갔다”고 말했다. 동아금고가 김회장에게 빌려줬다 돌려받지 못한 2531억원은 금고 전체 대출금 7212억원의 35%에 이르는 금액이다.

금감원은 김회장 등 6명을 지난해 12월9일 영업정지 처분과 동시에 출국금지하고 28일 11명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김회장은 출국금지 신청 직전 이미 출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국장은 “동아금고는 투자손실이 커지자 작년 하반기부터 유가증권 보유한도 등 모든 재무상태를 감독원에 7차례 허위보고했다”며 “검찰이 상장기업인 동아금고가 분식회계를 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 동아금고는 지난해 2∼9월 모두 7차례에 걸쳐 600억8400만원의 주식보유액을 축소 보고하고 자산건전성 분류를 부당하게 처리,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은 사실도 이번 검사에서 적발됐다.

금감원은 동아금고의 계열사인 오렌지금고에 대해서도 출자자 불법대출여부를 검사했으나 혐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동아금고는 지난해 6월 결산에서 업계 최대규모인 89억원의 흑자를 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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