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전경련회장 선임, 손길승 대세론 vs오너회장론 공방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34분


차기 전경련 회장 선임 문제가 여전히 ‘안개’속에 있다. SK 손길승 회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있을 뿐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4일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한사코 고사해 후임 회장을 추대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재계 유력 인사들이 손 회장을 추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인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이 되면 오너 집단의 성격이 강한 전경련의 위상에 혼란이 생기고 오너 출신 부회장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일 고문단―회장단 연석회의에서 차기회장을 추대하기 전까지 ‘손길승 대세론’과 ‘오너 회장론’간의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손길승 카드’ 왜 유력한가〓전경련 회장은 4대 그룹의 오너 회장이 맡는 게 관례. 하지만 이건희 삼성, 구본무 LG,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완강하게 고개를 내젓는다. 차기 회장은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현 정권의 재벌개혁 공세에 맞서 재계를 대변해야 하는 데다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정치자금 등으로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이 회장은 “환갑이 되기 전까지는 대외직함을 갖지 않겠다”고 말했고 LG측은 아예 관심이 없는 상태. 한때 유력 후보로 떠오른 정 회장은 설 연휴 전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분간 자동차를 챙기는 데 주력할 생각이니 내 이름이 오르지 않도록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성공한 전문경영인의 모델’인 손 회장이 재계 총수를 맡으면 정부의 개혁 예봉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는 데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

▽변수는 오너 선호 기류〓손 회장 카드의 최대 걸림돌은 재계 내에 오너 회장을 선호하는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 손병두 부회장은 “전경련 회장은 하고 싶다고 하는 자리도 아니고, 하기 싫다고 피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며 여운을 남긴 뒤 “12일 회의 전까지는 누가 회장이 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각중 현 회장의 연임설과 함께 평소 전경련 활동에 적극적인 조석래 효성, 김승연 한화 회장 등 중견그룹 총수의 이름이 거론된다.

손 부회장은 1일부터 29명의 회장단과 고문단을 차례로 만나며 여론 수렴에 들어간 상태. 임기 2년의 제27대 전경련 회장은 15일 정기총회에서 고문단―회장단 연석회의의 결정을 추인하는 형식으로 선출된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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