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주총회 넘기기 비상

  • 입력 2001년 1월 25일 18시 37분


‘달래고(소액 주주) 견제하고(시민단체) 설득한다(외국인투자자).’

대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 현대 LG SK 등 주요 그룹들이 주총을 순탄하게 넘기기 위한 묘안을 짜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주가가 작년 이맘때보다 크게 떨어져 개인 소액주주들이 제기할 불만이 부담스러운 데다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기업들은 해외투자자를 상대로 한 기업설명회를 주총 이전에 열기로 하는 등 지분이 높아진 외국인 주주들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담팀 만들어 주총대비〓다음달 28일 주총을 계획중인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들은 주총 단골메뉴인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에 대한 변칙증여 의혹과 삼성생명 상장지연에 따른 계열사의 삼성차 채무이행 문제가 올해에도 핵심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 등은 이달부터 총무 인사 재무 관계자를 중심으로 주총 대책반(태스크포스)을 구성했다.

현대 계열사들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 자금악화가 겹쳐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떨어진 만큼 주주들의 질책이 쏟아질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월2일로 주총 날짜를 잡은 현대건설은 자구계획 이행과 부채절감 방안을 설명하고 주주들의 이해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 ‘태풍의 눈’〓이번 주총의 하이라이트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동향. 특히 올해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등기이사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토록 의무화돼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명의 등기이사 중 사외이사가 6명에 불과해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4명 이상 늘려야 하지만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사외이사는 그대로 두고 전체 이사 수를 줄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LG전자도 12명의 등기이사 중 사외이사는 4명뿐이어서 사외이사 비율을 높여야할 처지이지만 LG정보통신과의 합병으로 이사 수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이사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설득〓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높아져 이들의 협조 없이는 주총을 원만하게 진행하기가 힘들어졌다. 삼성전자는 윤종용 부회장 등 경영진이 미국 유럽 동남아 등지의 기관투자가들을 방문해 회사의 올해 경영목표를 설명하고 주총에서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포항제철도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어선 점을 감안해 해외투자자 설득작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다음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최고경영자(CEO) 포럼을 열기로 했다.

현대전자는 한때 외국인 지분이 50%에 육박해 외국인 투자자 대책 마련에 부심했지만 최근 이 비율이 36%까지 떨어지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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