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확보하라" 기업들 자금경색 대비 나서

  • 입력 2001년 1월 11일 18시 26분


'현금을 확보하고 비용을 줄여라.’

일부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재계 전체에 현금확보 바람이 불고 있다. 또 한푼의 비용이라도 줄이기 위한 내핍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항제철은 최근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포철은 부채비율 78%에 내부자금으로 1조70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재무구조가 국내 최고 수준인 기업. 이에 대해 포철은 “경기침체에 대비해 사내에 현금을 최대한 갖고 있겠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라며 “회사채를 발행해 확보한 3000억원도 법인세 납부, 퇴직금 중간정산 등으로 하반기에 쓸 돈을 미리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조원의 이익을 올려 국내 최고의 수익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한 삼성전자. 이 회사도 언제라도 쓸 수 있는 현금 1조원을 보유하고 수익의 20%는 내부 자금으로 유보하는 등 ‘현금 우선’ 경영에 나섰다. 삼성물산의 경우 금융권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대신 올해 신규 차입은 전혀 하지 않는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지난해 창사 후 가장 많은 7300억원(세전)의 흑자를 올린 현대 기아자동차는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보고 긴축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사업부별 예산을 지난해보다 20∼30% 줄인 것. 구매 및 운송절차의 거품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인터넷 구매를 50% 이상 늘려 비용절감을 꾀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사내 금융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사업부의 소요자금이 원래 계획을 초과하면 은행의 연체 이자율만큼 해당 사업부에 이자를 물리는 제도다. 현대중 관계자는 “각 사업부문이 독자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악성 미수금 조기 회수, 재고 수준 최소 유지 등으로 현금 부담을 가급적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유가증권(1조원 규모)과 자사주(3100만주)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195%에서 150%로 낮출 예정이다. 구미공장의 경우 실내온도를 섭씨 20도 이하로 유지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다. LG산전도 LG캐피탈 및 데이콤의 남은 지분과 부동산을 처분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비행기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현재 8개인 항공기 기종을 4개로 단순화하고 일부 기종은 매각할 계획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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